‘신흥시장을 잡아라.’
중견·중소기업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환율변동이 심상치 않고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는 등 대외적인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 기술적으로는 GSM 특허분쟁 변수가 남아 있고, 카메라폰·WCDMA폰 등 고가폰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따라서 내년을 준비하는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생존과 성장이라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해답은 있다. 바로 해외 시장 공략이다. 그것도 기존 시장이 아닌 동유럽·러시아·중남미·동남아 등 신흥 시장이 주 대상이다. 중견·중소업체들은 특정지역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 시장을 개척, 넓혀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른바 시장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CDMA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GSM 전문업체를 표방한 기가텔레콤(대표 김호영)은 벌써부터 러시아 등 동유럽을 비롯해 중남미,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가텔레콤은 이를 위해 내년 20억∼3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GSM단말기 개발에 투자, 현재 30명인 연구인력을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호영 기가텔레콤 사장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GSM 특허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서유럽 및 미국 시장 진출은 속도를 조절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관계사인 SK텔레텍(대표 김일중)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지난해 7월 CDMA 방식의 S폰(S-Fone)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베트남 시장 개척에 나섰다.
11월 말 현재 이스라엘·대만·중국·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 총 70만대의 단말기를 수출한 SK텔레텍은 SK텔레콤·LG전자·동아일렉콤 등이 합자 설립한 베트남 현지법인인 SLD텔레콤과 CDMA 방식 단말기 1만대 수출 계약을 추진중이다.
GSM 단말기 전문기업으로 변신중인 이지엠텍(대표 김동필)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중인 브라질·태국·러시아·터키를 내년 전략 시장으로 꼽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이 기존 CDMA, TDMA 위주에서 GSM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브라질 시장은 연평균 20%의 고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2006년까지 평균 11%의 성장이 예상된다.
김동필 이지엠텍 사장은 “터키 벨코그룹과 벨코 브랜드의 단말기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당수 휴대폰 업체가 GSM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브라질의 모 사업자와 CKD 방식의 대규모 납품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또 텔슨전자·세원텔레콤 등 중견기업들의 경영난을 초래한 중국 매출 의존도를 축소하고, 브라질·러시아·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 위주의 제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노스트림(대표 임기종)은 대만을 전략 시장으로 꼽고 있다. 이 회사는 대만 텔콤과 함께 20여군데의 직영점을 두고 이노스트림 독자 브랜드 판매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