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신기술 산업화에 거는 기대

이제 며칠만 지나면 을유년 닭띠 해가 밝아온다. 장닭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벽 태양처럼 통신방송 업계는 2005년이 희망 가득한 새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을 이끌 위성DMB와 지상파DMB가 내년 상반기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많이 익숙한 DMB서비스가 우리 생활에 현실로 다가오기까지는 정부의 많은 고민과 노력, 관련 업계의 산업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정부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근거 법률을 개정하고 기존 제도와 상충되는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 DMB의 경우 이동중에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 PDA 등과 결합된 단말기를 통해서 즐길 수 있는 통신·방송 융합형 서비스다. 때문에 방송을 담당하는 방송위원회와 통신산업을 주무하는 정보통신부가 DMB 정책을 함께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DMB가 신기술로서 국민 복지를 증진시키고 국가경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였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방송의 날 기념행사에서 “어려운 우리 경제에 디지털방송이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방송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방송위는 2004년 중점추진 5대 과제를 통해 통신·방송 융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정통부 역시 IT839 정책을 통해 DMB를 포함한 8대 신규서비스 도입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이런 정부의 노력 덕분에 방송법 개정, 방송법 및 전파법의 시행령 개정, 위성DMB 및 지상파DMB 정책방안 마련, 위성DMB사업자 선정 등 DMB서비스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가 차근차근 진행됐다. 그 결과 지난 21일 위성DMB사업자로 티유미디어가 방송위로부터 허가추천됐다.

 DMB와 같은 신기술의 산업화에는 정부의 정책수립뿐만 아니라 기업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경제적 파급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최적의 가격으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조사하고 시장을 예측해야 한다. 시장조사시 대부분의 소비자는 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 신기술이 적용될 타깃시장을 정의하고 경쟁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전통적인 산업분류의 여러 영역에 속하는 컨버전스 기술의 경우 시장 및 경쟁상황 분석이 더욱 어렵다. 셋째, 신기술의 가치사슬에 따른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들에게 신기술의 사업성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신기술의 산업화가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실제로 혁신적인 신기술을 확보하고도 산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티폰(발신전용 휴대폰), 이리듐(범세계 위성휴대폰) 등은 등장할 당시 새로운 기술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휴대폰의 요금인하, 다양한 로밍서비스 등장 등의 이유로 경쟁에서 지고 말았다.

 티유미디어는 위성DMB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수년간 철저하게 준비하고 투자한 끝에 최근 위성DMB사업자 허가 추천대상으로 선정됐다. 그간 티유미디어는 수차례 걸친 수요 조사를 통해 시장 규모와 소비자 이용행태를 추정하고 또 여러 분야의 사업자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위성DMB가 플랫폼사업자로서 방송영상산업뿐만 아니라 단말기제조업, 중계기제조업, 유통업 등의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이동중 방송시청을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런 확신과 믿음을 바탕으로 위성체 구입, 방송센터 구축, 중계기 개발 및 구축 등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방송위와 정통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으로 이제 곧 위성DMB가 국민 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요즘 뉴스를 보면 밝은 전망으로 시작되어도 모자랄 새해가 경제적 불안 때문에 깊은 한숨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DMB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을유년에는 DMB로 인해 대한민국에 방송·통신융합의 시대가 열리고 이를 통해 우리경제에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기를 바란다.

서영길 티유미디어 사장 yksuh@tu4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