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 보다도 이슈가 들끓었던 올해 게임업계에는 유난히 ‘뜬’ 기업이 많다. 반면 게임시장에 절망을 안기며 오점투성이 한해를 마무리한 기업도 적잖다. 명암이 극명히 엇갈린 기업들의 행보를 중심으로 올 한해 게임시장을 정리해본다.
올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단연 넥슨(대표 서원일)이었다. 연초에 해외마케팅 직원이던 서원일(27) 씨를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하면서 넥슨의 ‘눈에 띄는’ 행보는 시작됐다.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를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연매출 1000억원을 웃도는 거대회사로 거듭났다.
또 지난 9월에는 중국에서 서비스중인 ‘비엔비’가 동시접속자수 70만명을 기록하면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는 겹경사를 맞았다. 내년 넥슨은 2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엔씨소프트의 업계 1위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NHN의 일본법인 NHN재팬(대표 천양현)도 올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지난 2000년 한게임재팬으로 일본에 첫 진출한 뒤 4년만에 일본 최대 게임포털로 우뚝 섰다. 지난 10월에는 게임포털로선 유일무이하게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에 온라인게임은 없다’, ‘온라인이 없는데 게임포털이 되겠냐’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NHN재팬은 하나의 신화가 됐다.
연말에 들어서면서 올해 게임업계의 대미는 판타그램(대표 이상윤)이 수 놓았다.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에서 분리돼 절치부심하던 판타그램은 2년 동안의 각고 끝에 만든 콘솔용게임 ‘킹덤언더파이어:더 크루세이더즈’로 ‘2004대한민국게임대상’을 따냈다. 한때 쓰러질지도 몰랐던 업체가 를 한국 최고의 게임 개발사로 명예를 회복한 것은 물론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의미있는 첫단추를 뀄다.
내년 1월 ‘우주’라는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복귀하는 이젠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영)도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고, 올해 최대 히트게임 중 하나인 ‘팡야’를 개발한 엔트리브소프트(대표 김준영)는 연예엔터테인먼트전문기업인 IHQ에 인수되는 행운을 거머 쥐었다.
이런 양지의 기업들이 있었던 반면 게임업계를 온통 얼룩지게 만든 기업들도 있다. 최근 중국 샨다네트워크로 넘어간 액토즈소프트가 대표적인 업체다. 사태 이후 액토즈에는 ‘한국게임의 자존심을 팔아 먹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분은 넘긴 이종현 전 사장은 단박에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기긴 했지만, 회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꼴이 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주고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아낸 경마게임 업체 F사와 또 다른 아케이드게임업체 I사도 게임업계를 비리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이후 영등위의 심의 과정과 구성체계를 개혁해야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경마게임의 사회적 악영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각계의 여론이 들끓었다. 내부 담당직원이 수 경원에 달하는 사이버머니를 현금 거래 사기조직에 넘긴 모 게임포털업체도 올 게임업계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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