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중동에 오라스컴이란 통신업체가 있다. 이집트 부호인 사와리스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이동통신 업체인데 텔레콤이집트(TE), 영국의 보다폰 등과 함께 이집트 통신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이집트 증시에 주식을 상장, 3억2000만달러의 자금을 조성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다. 해외 통신사업에도 일찌감치 눈을 떠 아랍과 동남아 지역 몇몇 통신 사업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오라스컴이 최근 심심치 않게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유는 이 회사가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 이 회사는 미국에 있는 계열사인 콘트랙을 통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이라크나’라는 통신업체를 설립, 바그다드와 이라크 중부 지역에서 휴대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이통사업을 펼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으니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고 미군과 이라크 정부 역시 삐딱하게 쳐다보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휴대폰을 통해 폭발물을 원격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이다. 미군 당국은 군용 차량이나 시설물에 전파차단장치를 설치해 휴대폰 등 무선기기에 의한 테러행위를 차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생각치 않던 보안 비용과 직원들의 안위 문제로 사업성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현지에 파견된 이집트 직원이 미군과 정부기관에 의해 구금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더는 참기 힘들었든지 오라스컴 측은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며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라스컴과 관련된 뉴스 하나 더. 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오라스컴과 계열사에 2억8500만달러의 거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아라파트는 e커머스 업체인 미국의 심플레시티 등 하이테크 기업에 무려 7억99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아라파트의 관심이 범상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가 오라스컴의 이라크 사업 현황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