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메인을 배정하고 주소를 할당하는 국제인터넷관리기구(ICANN)가 최근 특정 기업에만 유리하도록 도메인 할당권을 행사해 비난을 사고 있다.
ICANN은 최근 직접 관리해야할 닷넷(.net) 도메인관리권을 미국의 민간기업인 베리사인에 계속 넘기기로 결정했는가 하면, 닷잡스(.jobs)와 닷모비(.mobi)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최상위 신규도메인 등도 마이크로소트와 노키아 등에 허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닷모비의 경우 ICANN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관리권 인가를 요구하자, 이에 대한 예비 승인을 전격적으로 인가했다.
최상위 도메인은 누가 관리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소유권 분쟁 발생시 최종적인 재판권을 관리권자 소재의 법원에서 행사하게 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 국내 도메인 등록업체 가비아를 통해 섹스닷비즈(sex.biz)를 등록했던 한 도메인소유주의 경우 소유권 문제를 제기했던 미국인과의 2년간 분쟁을 미국 버지니아주 법원에서 진행하면서 1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지출은 물론 법률적·문화적·언어적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버지니아주법원에 소송이 진행된 것은 도메인 사업자(레지스트리)인 뉴레벨사의 기업 소재지가 버지니아주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ICANN의 레지스트리 배분 정책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영어권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이 국제 도메인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거대 다국적기업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는 도메인 도입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도메인업계에서는 ICANN의 현 정책이 포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신규 도메인이 나올때마다 해당지역과 해당기업 편의주의에 입각한 정책들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도메인 배당과 관리를 통해 기업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창립된 ICANN이 특정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에서 추진 중인 지역도메인 닷이유(.eu)의 경우 내년부터 도입되는데 반해 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닷아시아(.asia) 도메인은 즉각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점은 도메인 정책의 지역간 불균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가비아의 한 관계자는 “최근 ICANN이 변경한 도메인 이전절차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과 유럽 도메인 등록기관을 통한 국내 도메인의 파행적인 이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섹스닷비즈와 같은 도메인 소유권 분쟁처럼 일련의 불법 행위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은 도메인 산업의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 기자@전자신문,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