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839 행보’ 균형감각 중요하다

 정보통신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839 전략’이 3대 인프라나 9대 신성장동력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서비스 부문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기·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이 수직적 가치사슬을 이루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감안할 때 어느 한 부분만 강조되는 집중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같은 집중은 호환성을 담보로 하는 컨버전스 시대에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전산원이 최근 내놓은 ‘IT839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에 대한 실무작업의 미흡으로 휴대인터넷 등 8대 서비스 분야는 기술 성숙도와 산업 파급효과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숙도가 낮게 나타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디지털TV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서비스 기술과 시장 성숙도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 고용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꼽혔을 뿐, 그 외 휴대인터넷과 전자태그(RFID)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비스가 초기 시장 창출과 요소기술에 대한 국제 경쟁력 제고 등 적절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기술 표준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번 보고서는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철저하게 일반 수요자 관점과 산업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은 나름대로 객관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IT839 전략은 단순한 IT 육성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을 확충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 투자·고용창출 극대화라는 다목적용 카드다. 앞으로 실무팀의 진지한 검토가 뒤따라야겠지만, 이 시점에서 사업의 방향성과 균형 감각 그리고 페이스 조절에 대한 문제가 거론됐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정책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면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행으로 볼 때 이처럼 중간에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자세는 그동안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IT839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정통부가 정책 성공을 담보로 얼마나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어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동력사업을 발굴해 선진경제로 가는 도약대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IT839 전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선정한 동력산업 대부분이 경쟁국과 중복돼 있어 핵심기술 연구 개발에 늑장을 부릴 수 없을 만큼 시급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앞만 보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IT839전략의 뼈대를 이루는 3대 분야는 서로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산업군이므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육성해야 한다. 집중과 선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특정 개별사업도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칫 사업의 무게 중심이 한곳으로 쏠릴 경우 기본 골격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 지적사항을 정통부에서도 적극 수용, 향후 IT839 전략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와 기술 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