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벤처기업 사장은 외국업체로부터 받은 신용장(LC)을 믿고 제품을 수출했는데 대금을 현재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이 비즈니스 진행중 기술이 유출되는 바람에 자금난과 경쟁력 약화로 결국 부도처리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기술자 사장을 예로 든 이유는 국제 비즈니스, 즉 무역지식, 자기방어 방법, 국제 비즈니스 및 국제계약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 기술부재 상황에서 암울했던 우리 기업들은 각고의 노력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수한 기술을 많이 갖게 됐다. 어렵사리 확보된 기술이 제값 받지 못하고 쉽게 유출되는 현실과, 기술 무역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벤처기업들이 제값 받고 수출할 수 있으며 리스크를 최소화해 기술 수출을 활성화 할 수 있는가.
첫째, 기술은 먼저 고부가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인식돼야 한다. 유형의 전자제품, 자동차, 의류 등은 누구나 가치를 알지만 그 소요기술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기술데이터 한 줄 또는 한 장은 때로 중형 TV 1대나 자동차 1대 가격이지만, 기술도면은 이를 수없이 찍어낼 막대한 고부가 상품임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기술수출시 기술유출을 막아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 과정에서의 유출은 기술에 대한 인식과 개념 부족으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나 그 방지 노력과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면 기술도입자가 기술수출을 협의하면서 정부승인을 이유로 기술을 요구하거나, 기술제공자가 그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계약서 서명 전에 기술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계약서 서명 전에는 금전적인 대가를 받지 못하므로 계약 전에 이전돼야 할 기술은 없는 것이다.
셋째, 기술수출을 위해 전문기관의 확대와 수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금년도 우리나라 수출액은 2075억달러(10월 현재)로 수출탑제도, 무역협회 등에 의한 정부 차원의 적극지원, 제도화, 기업들의 노력에 의해 1975년과 비교하면 약 40배 증가됐다. 기술 수출의 경우는 2003년 8억180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중국의 기술수출은 56억1200만달러(2001년)다. 현재 기술수출을 위해 한국기술거래소, 기술이전 컨소시엄(TLO), 테크노파크 등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조직, 규모에서 매우 작고 부족하다.
넷째, 기술수출을 위한 국제 비즈니스 기법을 준비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기술수출과 관련해 수십년 동안 축적된 기법, 제도, 경험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도 짧고 인식도 부족한 탓에 협상 기법이나 능력, 국제계약을 매우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사내전문가를 두거나 외부에 의뢰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높은 수익을 달성하면서 기술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경쟁력과 기술 수출전략이다. 기술 경쟁에서 이기거나 우위를 확보하고 수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력 향상, 지속적인 고급기술 개발, 이전기술 종류·시기에 대한 세심하고 면밀한 전략 확보 등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예를 검토해 보면 기술이전 및 수출을 하면서 부메랑 효과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술 경쟁력 시대에 국가 간에 신기술 확보와 기술 이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기술을 보유할 것인지, 기술 수출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리스크를 줄이고 고수익을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보유 기술을 자체적으로 판매가 불가한 것으로 단정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 기술의 상품화와 판매 가능성을 검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아직 초보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 수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벤처 기업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면서 활성화한다면 기술 무역수지 흑자 실현, 고수익 실현, 리스크 감소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변종원 거성통상 대표 somangby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