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업계, "기대만큼 실망"

“카메라폰으로 찍지만 말고 사진 인쇄도 좀 하세요”

카메라 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프린터와 잉크, 전용지 등에 새로운 수요를 잔뜩 기대했던 프린터 업체들이 막상 소비자들이 인쇄에는 별 관심을 쏟지 않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29일자는 캘리포니아에서 14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나 던니비라는 초보 주부의 사례를 들어 프린터 업계의 고민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신생아를 둔 대부분 부모들이 그렇듯 항상 카메라폰 가지고 다니며 스냅사진을 찍어댄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지우고 나머지는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e메일을 통해 친구나 남편에게 전송할뿐 프린트를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프린트 기능을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촬영만하고 카메라에 이미지를 쌓아놓는 소비자들의 이런 행태는 잉크와 전용지 판매로 매출을 올려야하는 프린터 공급업체들에게는 결코 달갑지않은 소식이다. 때문에 프린터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사진을 e메일 전송으로 공유하지만 말고 출력해 볼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코닥의 모바일 서비스 부문을 이끌고 있는 데이브 게리는 “프린터 제조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카메라 폰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과 또 그것이 유용하다는 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미 후지나 코닥은 수년전부터 카메라폰에서 직접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제품을 소매점에 공급해왔다. HP와 캐논, 세이코 엡손 등도 카메라폰에 특화된 홈 프린터를 개발했으며 노키아 등 휴대폰 업체들과도 간편하게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궁리를 해왔다.

카메라폰 판매는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 판매를 넘어섰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약 1억8630만대의 카메라 폰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6880만대를 목표로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는 노키아나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업체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보다 편하고 손쉬운 방법을 짜내고 있다.

블루투스로 알려진 단거리 무선 기술을 이용해 직접 프린터에 연결하거나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이동형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사용, PC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인쇄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2002년에 미국시장에서 블루투스를 장착한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지난해 부터는 이동형 미디어용 슬롯을 장착한 모델도 내놓고 있다.

프린터 업체들은 또한 프린팅 서비스의 다양화를 위해 휴대폰 회사들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HP와 캐논, 엡손은 지난해 기술표준에 대해 협의했다. 렉스마크와 노키아, 모토롤라도 이 그룹에 가세했는데 휴대폰에 블루투스를 적용하려는 초기 작업이다. HP와 엡손, 캐논은 모두 블루투스 기술과 이동형 미디어카드를 위한 슬롯을 장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