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이다. 고객사를 방문해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가장 큰 고객사 중 한 곳이 우리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형편없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 당시 결과로는 조만간 거래를 중단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기업소모성자재(MRO) 품목 구매를 대행하는 e마켓플레이스업체인 우리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현지로 가서 수습 방안을 모색해 오라는 사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고객사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보니 사태가 심각했다. 미팅을 하고 나오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대책을 하나씩 정리해 보았다.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고객사의 적극적인 참여도 불가피해 보였으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우선 고객사의 사업장 내에 우리가 상주할 사무실 지원을 요청하고 양사의 업무 관련자들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역시 반응은 냉담했다. 고객사의 대표는 경영진을, 우리는 담당과장과 팀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재가를 받아냈다.
그때부터 2개월간 현지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TF를 가동했다. 한 달쯤 지나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TF에 고객사 구매담당 과장 4명이 참여했는데 점점 호의적으로 바뀌어 갔고 적극적으로 의견도 개진해 주었다. 그 결과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물론 획기적인 구매업무 효율화 방안도 나왔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 다시 시스템팀이 합류하고 관련 담당자들 전원이 매달려 개선 방안을 하나씩 실행해 갔다. 인근지역에 물류센터도 구축해 직접 납품서비스까지 하면서 전방위로 고객사의 서비스 향상에 주력했다.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현장 만족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구매 담당자들의 업무도 현저하게 줄었다. 원가절감도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TF가 끝나고 1년여가 지난 지금 그 업체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활발하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회사 중 하나가 됐다. 그때 몇 개월 동안 낯선 외지를 오가며 동고동락했던 담당 과장은 지금도 화요일이면 짐을 꾸려 혼자 비행기를 타고 그 회사로 간다. 그리고 일주일을 보낸 후 금요일 밤이면 가족 품으로 돌아온다. 매주 월요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면 괜스레 미안하다.
◆조영우 KeP 마켓사업팀장 ywcho@koreab2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