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8월 문을 연 코스닥 시장이 기술력과 성장성이 검증된 지식산업 육성을 목표로 했다는 점 그리고 97년 8월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해 우리나라 산업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했다는 측면에서 98년 이후에 창업한 벤처기업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98년 이후에 설립된 벤처기업의 코스닥 내 등록률은 9.2%며 전체 벤처기업 대비 1% 내외로 매우 저조하다. 설립 기준으로 보면 82개 업체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추진했던 벤처창업정책의 결과이자 현 주소인 셈이다.
벤처 창업이 기술력을 원천으로 시작해(창업단계) 벤처캐피털로 대변되는 투자를 통해 성장한 후(성장단계) 코스닥 등록으로 초기 투자를 회수하는(성숙단계) 일련의 과정으로 완성된다고 볼 때 1% 내외의 낮은 코스닥 진입은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
벤처기업의 현 상황은 성장단계에서의 문제로 보인다. 단순히 코스닥 등록조건을 완화해 성장이 미흡한 기업을 시장으로 진입시켜 코스닥 시장의 다산다사를 유도한다면 제도화된 자금조달 시장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어 주식 시장의 안전성과 효율성, 건전성과 투명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벤처캐피털(초기 투자)의 리스크를 주식 시장과 일반 투자자가 감당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벤처 활성화를 위해 성장단계에 있는 벤처에 대한 더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제품 생산과 판매(영업 및 마케팅)에 의한 이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금과 인력은 이 시기에 집중돼야 한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신생 벤처가 겪는 어려움은 재무제표상 낮은 등급과 담보능력 부족, 대출조건의 경직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자금지원시 부채율 등 재무제표 활용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또한 담보 범위에서 최대한 대출(90%)해주고 대출 기간 장기화(5년 이상)가 필요하다.
2001년 벤처기업은 1만2000여개에 육박했으나 3년 후인 현재 그 수가 7500여개로 감소했다. 벤처를 졸업하고 어엿한 정상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은 있으나 원활한 자금 수급이 막혀 많은 벤처기업이 사라진 현실에서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01년에 1·2차에 걸쳐 발행된 정부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은 발행 기간이 3년이었다. 현행 국내 금융권에서 대출운전자금은 1년 만기며, 시설담보대출은 3년 거치 5년 만기 분할상환으로 되어 있다. 기존 기업의 경우 3년은 상당한 기간이 될 수도 있으나 기술력을 근간으로 하는 신생 벤처기업에는 3년은 매우 짧은 기간이다. 결국 이 짧은 기간에 코스닥에 등록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자금 조달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신생 벤처는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보증 및 간접적 담보지원, 대출조건 완화 등 기존 업체와의 차별적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벤처활성화 대책은 죽어가는 벤처에 긴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회생의 생명수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기술경쟁력과 미래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벤처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을 지정했다. 이들 기업이라면 성장단계의 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성장단계의 벤처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코스닥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등록을 쉽게 하는 것보다 등록이 가능한 기업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많은 벤처 창업이 인위적인 유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와 성공 확신이라는 자발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4년은 침체된 경기와 환율 급락, 고유가 등으로 성장기 벤처에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게 했다. 벤처인 모두는 이러한 시련이 성장의 한 과정이라 여기고 이 난관을 현명하게 극복할 것으로 본다. 2005년에는 모든 벤처기업에 성공의 여신이 다가오길 바란다.
<신명교 케이비피 사장 smkdalma@kbp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