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진해일과 정보 공유

 지난 일요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강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사망자가 6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으며 역대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물적 피해를 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 정부가 지진 발생을 알고도 그 정보를 알리지 않아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최초 발생 후 해일이 스리랑카에 도달할 때까지 2시간, 인도 남부를 덮칠 때까지 3∼4시간의 여유가 있어 경보체계만 제대로 가동됐더라면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엄청난 자연 재해였지만 정보의 공유와 이를 통한 경보가 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의 공유와 분석, 이를 통한 경보 체계의 구축은 비단 지진이나 홍수·화재 등 천재지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네트워크 망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파급력은 강도 9.0의 지진보다 강해 1·25인터넷 대란을 일으킨 ‘슬래머웜’은 출현한 지 10분 만에 전세계로 확산됐다. 지진해일이 지역마다 시간 차를 두고 피해를 끼쳤지만 웜은 몇십분 만에 우리나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세상의 지진대라 할 수 있다. 전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웜과 악성코드, 바이러스 등이 한반도 지진대로 모여들고 있다.

 요즘 보안 전문가들은 내년에 슬래머와 같은 빅웜이 전세계를 강타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처할 방법은 웜 출현에 대한 정보공유체계 구축과 이를 통한 종합적인 경보체계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임을 내세우는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통신과 금융 등이 정보공유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내부에서만 정보를 모아 서로 다른 분야에는 정보를 주지 않는 폐쇄적인 형태다.

 이번 지진해일 피해에서도 태평양 연안에서 경보체계를 운영하는 선진국들은 피해 규모를 최소화했다. 진정한 인터넷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총괄적인 정보공유체계와 경보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컴퓨터산업부·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