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그야말로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정부는 엊그제 개최된 민·관·연 공동 BcN구축협의회에서 내년 말까지 국가기간망·연구개발망·초고속인터넷망 등을 고품질 영상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50M∼100Mbps급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하고 1800억원의 선도투자를 단행, 민간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KT, 데이콤 등 BcN 시범사업자들도 최근 내년 하반기에 6대 광역시 135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 제공 등 구체적인 서비스 모델 개발과 망 고도화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BcN 구축 시범사업에서 배제된 케이블TV업계까지 내년부터 독자적으로 BcN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태광MSO, 큐릭스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을 중심으로 추진될 케이블TV업계의 BcN 사업계획을 보면 내년에 BcN 서비스 모델 표준화 및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6213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10년까지 모두 7조3725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사업계획이 기반기술에서부터 상용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꼼꼼히 짜일 정도로 매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의욕적으로 투자 계획을 잡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SO업계의 강한 사업추진 의지가 엿보인다.
이처럼 민·관 할 것 없이 잇따르고 있는 BcN 구축 추진 움직임을 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IT강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지식정보시대의 선도국가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BcN은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다양한 광대역 통합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IP 기반의 개방형 정보통신 인프라다. 이런 BcN 구축을 통해 방송통신·유무선 융합서비스를 선도할 경우 IT강국의 확고한 비전과 미래기술의 대안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다. BcN 구축이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IT수준이 주요 선진 국가와도 5년 이상의 차이를 두고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BcN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인 협조 아래 집중과 선택을 통해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케이블TV업계가 내놓은 독자적인 BcN사업 추진계획은 시범사업에서 배제된 데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SO협의회 측이 “1200만 가입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를 배제한 BcN 추진사업은 국가 낭비일 수 있다”며 “HFC망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케이블TV업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계속 케이블TV업계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케이블TV업계로서는 살아 나갈 길이 BcN으로 승부를 거는 것 외에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케이블TV업계의 사업 계획을 무작정 배제하기보다 좋은 계획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BcN 자체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인 만큼 통신사업자에만 국한한다고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BcN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술을 그때 그때 수용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인프라로 구축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하는 망과 케이블TV사업자들이 추진하는 HFC망 기반의 BcN 환경이 서로 용이하게 접속되고 연동될 때 BcN 구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구축된 국가기간망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망의 기술이 떨어지면 서비스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