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은 야한 소설을 줄인 말이다. 일정 부분 소설의 형식을 갖춘 짧은 야한 이야기들을 통칭한다. 성문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야설이 한때 영미문화권에서 엄연한 문학 장르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본질은 음란한 성행위의 묘사일 뿐이다.
음란물의 형식에는 야한 동영상(야동), 야한 누드(야드), 야한 만화(야화) 그리고 야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야설보다는 야화가, 야화보다는 야드가 더 야한 게 보통이다. 하물며 멀티미디어가 지원되는 야동이 가장 야할 것이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글보다는 만화가, 만화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자극의 강도가 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의외로 야설이 야화, 야드, 야동보다 더 야하거나 퇴폐적 또는 반윤리적인 내용이 많다고 한다. 현재 유무선 환경에서 유통되는 야설의 80%는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화 비율이 높은 만큼 현실감이나 자극성도 강하다는 것이다.
그 내용도 한 남자가 수많은 여자를 상대하는 하렘물을 비롯해서 근친상간, 변태성욕, 수간(獸姦), 유간(幼姦), 윤간 등 비정상적이고 범죄행위에 가까운 표현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류의 야설이 가능한 것은 제작비가 저렴하고 표현기재 역시 그림이나 사진이 아닌 글이라는 점 그리고 작자가 상상력이 미치는 대로 써도 쉽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야설들이 시각적인 야드나 야동 등과 달리 별다른 제재 없이 컴퓨터나 유무선 인터넷 등을 통해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야설의 주된 미디어로 휴대폰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관행이나 사회적 기준 없이 쓰여진 배설물 같은 음란물이 청소년에게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작자의 도덕적 재무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를 유통하는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어떤 기준은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도 올해 활동에 들어간 민간 심의기구 무선인터넷콘텐츠심의위원회가 이런 야설을 사전에 걸러내기로 했다고 한다. 휴대폰 환경에서만이라도 야설 없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서현진부장 jsuh@eten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