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 융합서비스법 언제 가시화되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 등 기술의 발달로 통신·방송이 결합된 신개념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이를 규정하고 육성하는 법제 정비가 3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국회 과정위·문광위 등을 중심으로 입법 움직임을 보였으나 규제 주체 논쟁이 벌어지면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최근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 정책협의회가 이 같은 소모전을 조정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오는 25일 전체회의에서 일보라도 진전된 정책방향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는 아예 입법을 하지 말고 기존 법에서 서비스만 허용하자는 주장을 내오고 있고 산업계는 시장활성화가 우선인 만큼 규제기구 이슈는 빼고 정책 주체만이라도 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문턱 넘지 못하는 통·방 융합서비스법=현재 정통부는 통·방 융합 전략기획팀을 두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지난해 마련한 법안 초안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방송계를 주축으로 규제기관 통합논의가 불거지면서 전면 재검토하는 분위기. 굳이 법을 만들어 규제권한을 뺏길 필요가 있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춤해졌다. 대신 국무조정실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그 때 입장 정리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원입법을 주장했던 국회도 다시 조용해졌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원입법 등을 거론했던 염동연·김석준·진영·이경숙 의원의 관심도 한풀 꺾였다.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각각 나왔으나 구체적인 법안 마련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만든 태스크포스(TF)도 이경숙 의원이 제기한 방송법 개정안 중 데이터 방송 규정에 관한 일부 문구만 수정하고 끝을 맺었다.
◇법제 정비보다는 시장 활성화가 우선=문제는 이 과정이 막 움트는 통·방 융합서비스와 관련 산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예로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방송콘텐츠를 제공하는 IPTV의 경우 방송이냐, 통신이냐의 논란에 휩싸여 서비스 시기와 관련 장비 발주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이를 생존권적 이슈로 부각해 기존의 방송법상 겸영 규제 완화나 외자 지분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차라리 규제를 누가 하든 명쾌한 정리만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 마디로 서비스가 시작돼야 자연스레 규제나 법제 정비가 뒤따라 올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산업계의 목소리에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전기통신사업법 내에서 부가통신 역무로 관련 서비스를 먼저 개시하고 이후에 융합법을 만들든지, 네트워크·콘텐츠를 분리 규제하든지 새 틀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통·방 융합서비스법에 대한 큰 골격은 25일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 정책협의회 결과와 정통부와 방송위의 청와대 업무 보고를 기반으로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이르면 내달 중순경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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