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국가균형발전의 참모습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3년째 접어들었다. 이제 국정과제로 설정한 국가균형발전도, 지방분권도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됐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시도한 각종 개혁과제는 그 참신성과 혁신성 때문에 논란이 뜨거웠다. 기본 취지와 국민의 기대는 변함이 없었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합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새해 들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2년간 세계 경제는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IMF 관리체제 때보다 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어려운 사람들이 먼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경제적 기반도, 별다른 경험과 기술도 없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역경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의 경제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가처분 소득이 7000달러대인 곳과 2만달러가 넘는 곳 등 지역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대한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서고 있다. 부처마다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여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을 서두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뉴딜정책, 정보통신부의 IT839전략·u코리아,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5대 강국, 산업자원부의 차세대 성장산업을 비롯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아이디어도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새로운 비전과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지방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차세대 성장산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마땅히 다른 지역에 앞서 챙길 분야가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기존 산업 분야의 역량이 부족한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불리한 점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중앙정부의 통합 균형에 근거한 차별적 지원이 합당한 분야가 바로 차세대 성장산업이다.

 문제는 차세대 성장산업이라며 새로운 투자를 하면서도 여전히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상암동, 인천 송도와 영종도 등 수도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과 문화산업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나라 전체의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중앙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경쟁력과 역량을 갖춘 기존 지역에 차세대 성장산업을 일으키고 다음에 다른 지역으로 파급시킨다는 전략 또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성장 잠재력의 소멸이 지역 간 불균형 발전 때문에 생긴 사회적 비효율과 비용 때문이며, ‘균형발전 없이는 성장은 없다’라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배경을 부정한 뒤에 다시 세워야 할 논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세대 성장산업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과제를 완성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하나’라는 합의를 통한 역할분담과 상생발전 모델에 해답이 있다.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정예 고급인력이 필요한 일을 감당하고 다수 인력이 필요한 일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지방이 수행하면 된다.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산업인 디지털콘텐츠산업(문화산업)의 경우를 보면 기획, 자금조달, 마케팅, 기술개발 등은 수도권에서 맡고 제작, 인력 양성, 제작응용기술 개발은 지역에서 감당하면 훨씬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이란 우리가 앞으로 수십 년을 먹고 살아야 할 산업이다. 중국, 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이 무서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은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는 시작부터 우리나라 전 지역이 동참하여 각 지역의 경쟁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서도 미래의 희망이 보여야 한다. 올해는 경제 사정이 최악인 지방에서도 국가균형발전의 모습이 차세대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gitc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