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게임업계의 매출 성적표가 ‘급성장’과 ‘현상유지 또는 정체’라는 양극 상황으로 선명히 갈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넥슨·웹젠 등 주요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성과에서 주력 게임의 시장성 만큼이나 뚜렷하게 엇갈린 기상도를 그려냈다. 기업별로는 엔씨소프트가 업계 최초로 2000억원 매출시대를 열었고, 뒤를 이어 넥슨이 1000억원 매출을 돌파한 점이 가장 돋보였다. 반면 게임포털의 경우 포털업계 전반의 실적악화와 함께 정체 또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히트작 가뭄속에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선도업체 시장지배력 커져=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총 규모가 4조5000억원(한국게임산업개발원 추정) 가량이었다고 볼 때 엔씨소프트, 넥슨, 웹젠 등 이른바 ‘빅3’의 매출이 무려 10%에 달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빅3는 지난해 ‘자금력→개발력→시장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만큼 올해도 이들의 지배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각각 정통 롤플레잉게임(RPG)과 캐주얼 게임이라는 게임시장의 양대 주류를 평정하며 쌍끌이 독주 양상을 굳혀가고 있다.
◇그라비티·윈디소프트 등 약진=후발 업체 가운데서는 그라비티와 윈디소프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라비티는 해외를 누비며 한국 온라인게임의 ‘세계전파자’로서 역할을 해내 전년(370억원) 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을 일궈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탄탄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그라비티는 최근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야심찬 행보를 펼치고 있다.
‘겟앰프드’ 돌풍을 만들어낸 윈디소프트도 전년도 7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20억원 이상 3배 가까이 뛰올랐다. 캐주얼게임의 시장돌풍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결과물인 셈이다.
◇경쟁심화, 매출 정체=대다수 후발업체들은 개발에만 매달려있을 뿐 뚜렷한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상용화 단계까지 갔더라도 번번히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것이다. 자금과 개발력이 동원된 해외작과 국내 대형 게임이 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게임시장도 마치 대형마트와 구멍가게와의 싸움처럼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설사 시류에 맞춘 게임이 나오더라도 결국은 규모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쏟아지는 대작들이 좌우=‘뮤’ 하나로 평년작을 이어가고 있는 웹젠은 올해가 새 도약의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기작 ‘썬(SUN)’의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매출 1000억원대 돌파를 꿈꾸고 있다.
넥슨도 마비노기·카트라이더 등의 해외진출에 적극나서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외에서만 총매출의 40%에 달하는 700∼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길드워’ 등 어느 누구보다 다채로운 차세대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사상 첫 3000억원대 매출 시대를 열지 주목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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