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성공의 조건](4)세계로 가자

 와이브로는 도입 초기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삼성-ETRI가 주도한 HPi프로젝트는 물론 TTA 프로젝트그룹(PG302)을 중심으로 한 국내 표준화도 국제표준화 기구인 IEEE802.16을 타깃으로 삼아 세계표준 반영에 주력했다.

고정형 서비스 모델로 IEEE802.16을 주도해온 인텔과의 관계설정을 위해 기본 설계까지 변경했다. 진병문 TTA 표준화본부장은 “IEEE표준과 TTA의 표준은 사실상 같다고 봐도 된다”며 “6개월 뒤엔 실질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어지며 국내 사업권 기술조건으로 내건 4개의 요구사항도 IEEE표준이 만족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표준화가 세계시장 진입의 끝은 아니다. 외국의 인터넷 통신사업자가 와이브로 기술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EEE802.

16에 반영된 표준중 이동형 서비스 구현을 위해 재구성되는 와이브로 프로파일을 외국 사업자들이 채택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같은 802.16계열인 와이맥스포럼(인텔주도)과의 협력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IEEE802.20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광대역 무선접속 기술과도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 최종 목표가 4G(세대) 기술 주도권인 장거리경주다. 여기에서 뒤져 와이브로가 국내용 서비스에 그친다면 서비스 론칭부터 참여의사를 밝힌 삼성전자나 LG전자, 포스데이타도 장기적으로 공동 보조를 맞출 의지를 가질 리 없다.

와이브로의 생존을 위해 서비스사업자와 제조업체들은 효율적인 상호협력을 통한 적시 상용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사업성공모델(레퍼런스) 없이 해외진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조기 상용화를 준비하며 외국 사업자의 요구사항까지 받아들이는 ‘상용화와 해외시장 개발의 동시화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준비사업자의 확고한 사업의지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세다.

고종석 KT상무는 “스프린트, 넥스텔, KDDI, KT, 하나로, SKT가 협력하는 브로드밴드무선포럼(BWF)을 중심으로 사업자의 요구사항을 장비제조사에 전달하며 조기 상용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는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장비간 호환성 확보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같은 배에 탄 협력자끼리 신뢰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용장비의 조기개발과 제조사의 개발비 투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신준일 포스데이타 상무는 “포럼 등의 형태로 호환성을 확보하는데 시간과 집중력을 흐뜨리는 것 보다 상용화를 통해 레퍼런스를 만든 뒤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레퍼런스를 제시할 시기를 놓친다면 글로벌시장의 문을 여는 게 불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전문가제언

-홍성태 상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sthong@smu.ac.kr

세계화와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장에 국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특히 기술발전이 급속히 이뤄지는 정보통신 시장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필연적 전략이고 성장의 유일한 담보다.

휴대인터넷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와이브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국제전기전자통신학회(IEEE)의 표준화 활동에 처음부터 참여한 것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포화해 새 성장동력도 절실한 시점이다.

휴대인터넷과 같이 성장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시장적기진입(time―to―market)이 결정적인 요소다. 수출 주도산업으로 육성하려면 국내와 해외 동시 진출 전략이 주효할 것이다. 차세대 통신시장의 필연적 방향인 유·무선 통합으로 가는 선행기술이므로 시장선점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국내에서 조기상용화가 필요하고 나아가 4세대 통신시장의 핵심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다른나라는 우리의 IT발전을 부러워한다. 제2의 CDMA 신화를 만들려면 와이브로만큼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성공한 IT벤처기업들이 본사를 실리콘밸리에 설립하듯이 와이브로도 태생 글로벌 기업(born-global firm)으로, 더욱 큰 시각으로 접근해야한다.

  sthong@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