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런 일로 일본 공영방송으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긴 NHK가 명예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시모토 겐이치 전무이사(61)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새로운 집행부를 발족시킨 NHK는 시청자의 신뢰 회복으로 일본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수신료 거부 운동’을 막겠다는 각오다.
NHK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에비사와 카츠지 전 회장 시대의 사업 확대 노선을 유지할 경우 특수법인이라는 경영 특성이나 수신료 제도의 전면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지금처럼 구태의연한 공영방송 자리에 만족한다면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존재의의마저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신임 하시모토 체제는 NHK 존립을 둘러싼 각종 ‘모순’에 대해 명쾌한 해법 제시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NHK, 무엇이 문제인가=지난 26일 신임 하시모토 회장은 고이즈미 수상과 총무성 장관을 방문해 시청자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하시모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PD들의 금품 수뢰, 정치권의 프로그램 제작 압력 등 각종 불상사와 뒤늦은 대응책으로 촉발된 경영체제 전반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 NHK는 ‘수신료 징수 거부’라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수신료는 화재정보, 교육·복지프로그램 등 공익 프로그램을 제적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원이다. NHK의 지난해 사업 수익은 총 6785억엔으로 이 중 96%가 수신료였다.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는 같은 기간 3680억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 집행부 및 최고의사결정기구인 NHK경영위원회는 더 큰 난제를 떠안고 있다. 공영방송 NHK의 ‘존립방식’이 그것이다. 이미 NHK 프리미엄은 없어진 지 오래다. ‘시청률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라는 자부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전국민이 본다던 연말 홍·백가요전 조차 이전 시청률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에비사와 전 회장은 2002년 이후 ‘24시간 뉴스채널’을 구상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모든 시청자 층에 다양한 채널을 내보낸다는 목표 하에 인터넷 뉴스사업도 개시했다. 또 디지털 지상파 일부를 사용해 휴대폰 방송도 계획하고 있다. ‘지상파와 위성방송사업의 주체’라는 기존의 공영방송 위상으로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과거와 같은 명성을 유지할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신경영 과제=신체제 출범과 동시에 발표된 경영방침에는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NHK와 같이 수신료 징수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 BBC의 경우 다채널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청률이 급감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BBC는 대폭적인 경비절감을 포함한 경영혁신책을 내놓고 질 높은 프로그램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NHK의 구체적 사업 전개는 하시모토 회장 및 이시하라 구니오 경영위원장이 밝힌 ‘건강한 몸체’ 만들기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NHK 존재 의미를 새롭게 자각하고 공영방송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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