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통의 AT&T 시대가 막을 내리고 SBC가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명실공히 최대 업체로 부상할 것인가”
미국 내 제2위 지역 전화업체인 SBC커뮤니케이션가 AT&T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일 이번 인수협상이 성사된다면 SBC는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지역 전화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또 SBC는 미 최대 무선통신사인 싱귤러의 지분도 60% 갖고 있어 유, 무선을 아우르는 막강한 통신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반면 그동안 세계통신시장의 상징이었던 120년 역사의 AT&T는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유·무선, 케이블 등 미 통신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이번 인수 합병설은 특히 ‘아기 벨’(지역 전화업체)이 ‘엄마 벨’(AT&T)를 삼키는 격이어서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지난 1984년 AT&T는 반독점 소송에 패소, 7개의 지역 전화회사로 강제 분할됐는데 현재는 버라이존, SBC, 벨사우스, 퀘스트 등 4개 업체만 남아 있으며 이들은 ‘아기 벨(Baby Bell)’이라 불리고 있다.
◇인수 협상설 왜 나왔나=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서로의 결함을 보완해주는 윈윈 성격을 띄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일리노이주 등 미 13개주 에서 1위 전화사업자인 SBC는 휴대폰 사용이 늘면서 본업(유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SBC는 광대역 서비스를 적극 판매하고 있는데 수년내 광네트워크를 확보해 비디오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AT&T는 바로 SBC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광네트워크망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SBC가 취약한 대기업 고객도 많이 갖고 있다. AT&T는 정부와 전세계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AT&T는 최대 라이벌인 MCI와의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매출과 수익성 악화를 겪어왔다.
SBC가 3600만가구를 가입자로 갖고 있는 반면 AT&T는 2500만명의 장거리전화 고객과 300만 기업 고객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합병하면 탄탄한 기술과 막대한 고객을 가진 매머드 통신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합병은 또 유,무선, 케이블, 위성 등 영역을 불문하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미 통신시장의 구도를 바꾸어 놓는 시발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버라이존은 거대한 SBC에 대항하기 위해 MCI나 퀘스트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는 등 연쇄 인수·합병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협상 어떻게 돼가고 있나= 두 경영진은 합병을 위해 최근 몇 주 간 간헐적으로 만나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은 지난해 11월에도 인수 협상을 벌인 바 있는데 소식통들은 이번엔 가격, 조건 등 그 때보다 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의 합병 규모는 약 15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소식통들은 협상에 대해 “매우 미묘한 상황이며 유동적”이라고 전해 최악의 경우 결렬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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