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에 적신호가 켜지는가.’
범정부 차원에서 재기를 부르짖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도시바, NEC일렉트로닉스, 후지쯔, 엘피다메모리 등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업체들이 2004 회계연도(2004.4∼2005.3) 실적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이는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 미국 등의 반도체업체들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체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NEC는 그룹 전체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회사 측은 “시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데 미흡했다”면서 실적 부진의 최대 원인을 반도체 자회사인 NEC일렉트로닉스에 돌렸다.
때마침 NEC일렉트로닉스는 전일 2004 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을 하향 수정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수정이었다.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용 반도체 수주가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고 단가하락 등 더블 펀치를 맞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NEC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02년 11월 그룹에서 분사한 후 ‘솔루션 비즈니스’을 사업 모델로 삼고 고객 사양에 맞는 특수 주문품인 시스템LSI를 주력으로 육성했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DVD리코더용 영상처리LSI는 세계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LSI가 회사 실적의 발목을 잡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일본산 DVD리코더의 해외 판매가 늘어나지 않아 LSI 재고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고객별로 설계하면서 쌓인 개발비가 수익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서플라이재팬은 “고객별 주문품과 국내 고객에 너무 신경을 써 수량 면에서 수익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은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도시바 등도 마찬가지다. 도시바는 영상보존용 대용량 플래시메모리의 가격 하락 영향으로 영업이익을 당초보다 33% 하향 조정했다. 시스템LSI 부문에서의 대규모 적자가 원인이다. 그래도 플래시메모리는 충족률이 95%에 달해 반도체 사업 평균을 상회하는 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D램 전문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휴대폰용 및 디지털가전용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수요 감소로 이익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연초 잡았던 265억엔의 영업이익을 178억∼218억엔으로 내렸다.
이와 관련, 일본 업계는 “시스템 LSI에 주력해 해외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사업 특성상 ‘킬러IC’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엘피다메모리의 사카모토 사장은 “‘인텔=CPU, 삼성전자=메모리, TI=DSP’ 식의 킬러IC가 없이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길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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