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 시장이 대규모 인수 합병으로 요동치고 있다. 스프린트의 넥스텔 인수와 SBC커뮤니케이션의 AT&T 인수에 이어 14일에는 버라이존의 MCI 인수 소식이 전해졌다. 숨돌릴 겨를도 없이 진행되는 인수합병은 미국 통신 사업자의 정치 지형을 뒤바꿔 놓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일까. 월가의 분석가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 장비 업종이 유력하다고 단언한다. 통신 사업자에 통신 장비를 납품하는 통신 장비업체로선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통신 사업자를 상대로 영업을 할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통신 산업 애널리스트들은 “통신 장비업체들이 서비스 사업자들의 연쇄 합병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 3년 동안 부채를 줄이며 꾸준히 이익을 창출해온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기업 내용이 최근 몇년간 개선되고 있지만 루슨트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고 이미 현재의 주가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루슨트의 합병 파트너는?= 구체적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루슨트와 궁합이 맞는 업체로 모토로라를 꼽고 있다.
메릴린치의 통신 분야 애널리스트인 탈 리아니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합병 얘기가 오고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루슨트와 모토로라가 합병하는 게 양 측에 모두 유리하다”며 “비록 모토로라가 단기적으로 재정적인 압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슨트와 모토로라간 합병 시나리오가 성사되면 합병 회사는 연간 440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거대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합병에 따른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2% 정도의 영업 마진 개선 효과가 발생, 루슨트의 주식 평가액이 현재의 16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별도의 투자 없이 신규 시장에 진출할수 있다는 게 합병의 가장 큰 매력이다.
루슨트는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유선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이동통신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역으로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이동통신 인프라 사업에 적극 진출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가능성은?=물론 루슨트와 에릭슨·노키아·지멘스 등 다른 업체들과의 합병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에릭슨과 노키아는 지불 능력이 다소 취약하다.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지멘스의 경우 통신 장비 부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퀄컴 역시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위크는 “현재 미국 통신 시장의 모드가 좋은 싫든간에 통합 모드로 가고 있다”며 “장비업체들간 합병 역시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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