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자업체들간에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분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신규 투자 및 설비 증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신규 투자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생산 설비 및 라인의 활용방안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제품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거액을 들여 마련한 기존 공장이나 생산라인을 사장시킬 수는 없기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 산요전기, 도시바,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일본 전자업체들은 기존의 생산라인을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제품의 교체 사이클이 빠른 디지털 가전 분야의 생산 혁신을 위해 반도체, LCD패널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기존의 공장이나 생산라인들을 신제품 생산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원가 절감 및 납기 단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의 경우 LCD 자회사인 히타치디스플레이의 지바공장 생산라인을 내년 후반까지 PC 및 휴대폰용 중소형 LCD 전용 공장으로 전환한다. 지금까지 이 공장에선 TV용 대형 LCD 패널 등을 생산해왔다.
히타치는 올 1월 도시바, 마쓰시타전기산업 등과 TV용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한 상태로 여기서 내년부터 대형 LCD패널을 양산함에 따라 기존 공장을 고정밀 중소형 패널 생산으로 돌리기로 한 것이다.
산요엡손이미징디바이스 역시 PC용 LCD 패널을 생산해온 돗도리사무소의 2개 공장 중 1개를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등 최첨단 패널공장으로 전환했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최근 고지공장의 생산라인에서 LCD 구동용 I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LCD 구동용 IC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없어 기존 제조장치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밖에 이바라키공장에서는 최첨단 300㎜ 웨이퍼를 사용한 시스템LSI를 생산 중이다.
도시바는 지난 해 가을 브라운관(CRT) TV를 생산하던 사이타마현 후카야공장을 개조해 평판TV 조립라인을 설치했다. 중국 다렌에 있는 현지공장에서 LCD TV를 생산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물류비용과 기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후카야공장의 라인을 전환시키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동종업체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기존 라인을 개조해 신규 제품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일본 전자업계의 구 생산라인 전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