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기업 및 서민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답보 상태였던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한 행진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 진입한 90년대 이후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국가의 호황을 지켜만 보면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 중심 국가로서 선진국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짚어봄으로써 다시 한 번 도약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자.
첫째, 우리나라가 광복 후 경제발전에 몰두하여 공업화 단계를 실현한 80년대 말 1인당 국민소득은 7000달러였다. 그후 목표지향적 경제발전 전략으로 90년대에 1만달러를 돌파했고, 유비쿼터스 시대 문턱에 들어선 지난해엔 1만3000달러였다.
둘째, 10여년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은 LA의 한 백화점 진열대 뒤쪽에서 먼지만 뒤집어쓴 채 외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목도하고 참담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삼성전자가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설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사업을 선택하여 정보사회에 적극 대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보산업 발달로 PC나 소프트웨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처리 속도는 나노초에서 피코초로 진화했고, 처리 용량은 메가에서 테라로 증대했다. 자동화, 온라인화, 리얼타임화로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고, 반도체·이동전화단말기·PDP/LCD 등 정보화 제품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를 잇는 통신네트워크의 초고속화와 대용량화로 인터넷도 일반화되고 있다.
셋째,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진입이다. 이의 전제조건은 값싼 대용량 컴퓨터와 영상까지도 빠르게 인식하는 기술, 초고속 대용량 네트워크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거의 다 이루었고 이동전화, 지상파 DMB, 광대역 네트워크 등 최고 IT제품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는 세계 첨단 정보화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좋은 여건을 가졌음에도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경제적인 여건 때문이라기보다 경제 외적인 데 있다고 본다.
오늘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면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정치·경제·사회는 혼란스럽고 교육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터인데 과거사 들추기, 편 가르기,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하기 등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정치 모습이다. 정치가 이러하니 사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극화는 심화되어 노동자와 사용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 이념이 다른 개인과 집단은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도 실종됐다. 중소기업이 몰락하고 기업의 국외 탈출이 심화되고 있다. 실업률은 급증하는데 3D업종 근로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IT산업 가운데 일부분에서는 1위 고지를 점령하고 중국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대규모의 수능부정, 영재양성과 교육평준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교육행정, 기러기 가족 문제를 해결 못하는 교육 실태다. 차세대 과학기술 인력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을까 의심된다. 얼마 전 대학 총장,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한 우리나라 원로들이 공개석상에서 종아리를 걷어 올리고 스스로를 치는 이벤트가 있었다. 젊은 세대의 인성을 그르친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요, 그에 대한 자책인 일종의 ‘윤리회복 캠페인’이었다.
이제 우리는 경제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해에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회, 정의와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가는 윤리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교육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본다.
◆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 yipark@corres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