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10년, 디지털 원년](상)뉴미디어 주역 부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O·통신사업자·전자업체 2004년 매출 및 설비투자 현황

국내 뉴미디어 산업의 서막을 올렸던 케이블TV가 내달 1일 개국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95년 3월 1일 장미빛 전망을 품에 안고 출범했던 케이블TV는 그간 평탄치 않은 굴곡의 세월을 보내왔지만, 올해 개국 10주년, 디지털방송 원년을 맞아 국내 뉴미디어 산업의 한 축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4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24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개국한 케이블TV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총 119개 SO와 152개 채널 송출 PP로 크게 증가했다. 종사자는 2000년 8380명에서 2003년 말 1만6177명으로 늘었다. 방송서비스 매출액도 SO·PP를 합쳐 2000년 총 1조6931억원에서 2003년 3조3772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 자산 규모는 1997년 8388억원에서 2003년 4조6766억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가입가구는 1995년 말 20만6886가구에서 5년째인 2000년 256만 가구, 지난해 6월 1228만8024가구로 늘었다.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도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총 203만8774명으로 통신사업자들과 경쟁하는 수준이 됐다.

케이블TV는 자체 성장과 더불어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출범을 촉발했고, 올해 본방송을 시작하는 지상파·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함께 뉴미디어 업계를 이끌어가는 맏형으로서 국가 디지털방송을 선도하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더욱이 올해는 디지털방송 원년으로 거듭나는 해이다. SO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2년 전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전체 119개 중 절반 이상이 복수SO(MSO)로 산업이 재편됐고, 지난해 3월 대기업 지분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해부터 PP들의 성장도 예고됐다. IMF로 가장 많은 부침이 있었던 PP 업계는 2001년 등록제 실시 이후 수가 크게 증가했으나 송출 가능한 채널 수의 부족으로 복수PP(MPP)와 개별 PP간의 불균등이 확대됐다. 그러나 2002년 위성방송의 출범으로 숨통이 트이기 시작해 올해는 DMB 본방송과 디지털 케이블TV 출범으로 채널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질적 수준이 생존을 좌우할 전망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 10년을 외형적인 성장에 전력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방송과 차별화된 우수한 콘텐츠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가는 과제에 직면했다. 그동안 불법방송과 질 낮은 방송의 온상이라는 억울한 비판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시기에 처했다. 위성방송뿐 아니라 방송 진출을 노리는 거대 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도 관건이다.

케이블TV 업계가 다매체 시대에서 우월적 지위로 생존하려면 지난 잘못에 대한 자성과 앞으로 다가 올 과제들을 극복해야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뒤따른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도 뉴미디어 업계의 선두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 정부 디지털화 정책 앞장, SO들 "공은 몰라주고..."

국내 케이블TV가 출범 10주년만에야 뉴미디어 산업을 대표주자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출범전 일부 사업자 선정의 정치 개입 논란과 출범 이후 몇몇 사업자의 불법 방송과 탈세 등으로 이미지를 왜곡시킨 게 영향이 크지만 정책 당국마저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정책적 배려보다 자체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 고투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시범 사업에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일방적인 전주·관로 임대료 인상이라는 외풍을 맞았다. 최근 일부 제동이 걸렸지만 정보통신부의 보호 속에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IPTV를 추진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무 정책 당국도 마찬가지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의무 재송신 채널 확대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TV 재송신 허용 △지상파TV 의무 재송신 입법 추진 등 SO에게 불리한 정책들을 추진했으며 SO들은 불만을 속으로만 삼켜야만 했다.

SO들은 정부의 최우선 미디어 정책인 디지털 전환에 앞장섰다. 정부의 오픈케이블 기술표준 확정과정에서 POD(Point of Deployment) 분리 유예를 원하는 사업자들의 입장이 배제됐음에도 불구,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설비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통신사업자의 두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케이블TV 디지털화를 위해 필수적인 겸영 제한 완화를 모르쇠로 일관한다.

오광성 씨앤앰커뮤니케이션 사장은 “MSO를 중심으로 SO들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디지털화를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 노력이 외부로부터 인정을 못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케이블TV 산업 발전을 위한 업계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이에 걸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고 - 케이블TV 현주소와 미래

1995년 3월 1일, ‘뉴미디어의 총아’라는 기대 속에 48개 SO가 23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20개의 전문채널 본방송을 시작했을 때 당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보화 사회의 중심매체로 발전해 나가길 충심으로 기원한다”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막강한 자본의 대기업과 공사 중심의 PP 라인업, 일명 ‘은하수계획’으로 명명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공급 확대 정책과 한국전력과 한국통신(현 KT)가 결합한 3분할 구조 등은 최소 5년 내 조기 정착이 불가능한 목표로만 보이게 하진 않았다. 학계에선 200만 이상의 가입자만 확보해도 케이블TV가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정작 IMF 사태를 전후로 산업구조 조정과정을 거치고, 부처 이원화에 따른 갈등의 정치적 해결과 제도 변화를 통해 중계유선과의 관계 정립을 새롭게 하고 나서야 케이블TV는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

따라서 통합방송법 시행 이전 5년과 시행 이후 5년을 구분해 살펴보는 게 유의미하다. 이전 5년을 보면 △사업자 3분할 모델에 따른 정부 주도 시장 확대 정책의 실패 △관할 부처 이원화와 규제 차별화에 따른 중계유선과의 관계정립 미비 △ 업계의 경영 부실 및 정부 의존형 사업태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방송·통신 융합현상이 가속화하고 관련 법제도 변화를 앞둔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후 5년에 대한 평가다. 달라진 사업구조와 경쟁상황, 유선시장 통합 및 소유규제 완화 등 제도 변화를 전제로 철저히 시장과 수용자 중심 입장에서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 기간에 케이블TV 업계는 가입자 수 등 여러 지표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7가구가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을 볼 정도다. 중계유선의 SO 전환 이전 2000년 말에는 77개 SO의 총 자산이 7558억원, 총 매출액이 3642억원이었다. 하지만 MSO화가 가속화하고 외자 등 대규모 자금 유입과 디지털 전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작년 말에 전국 119개 SO의 총 자산은 3조원에 육박하고 매출액도 약 1조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최소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또한 주식 상장을 준비 중인 업체가 있으며, MSO를 위한 M&A는 물론 전송망·디지털 장비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한 증자와 외자 유치가 활발해지면 더욱 공격적인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보화 사회의 중심매체’로 발전하는 관건은 콘텐츠와 해당지역 시청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즉 방송사업자로서 공적 책임의식일 것이다. 등록제로 바뀌어 가입자당 평균 40∼60개의 채널을 수용하고 전 SO를 통틀어 100개가 넘는 PP채널이 송출되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경쟁력이 있는가, 시청자에게 어떤 서비스로 최선을 다하는가에 대해선 시장과 수용자들의 반응이 너무 싸늘하다. 또 낮은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수용자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이제야말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시청자와 콘텐츠 중심의 마인드와 윤리경영으로 산업 전체가 재도약해야 할 때다.

- 오용수 방송위원회 유선방송부장 ysoh@kb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