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가 새로운 최고 경영자(CEO)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HP 이사회가 요구하는 CEO 자격을 갖춘 인물이 드물기 때문인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HP 이사회가 새 CEO를 임명하기 까지 최대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HP는 현재 경영자 전문 헤드헌터 업체인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와 계약, 새로운 CEO를 물색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HP 이사회가 요구하는 새 CEO 조건들이 모두 물러난 칼리 피오리나와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피오리나와 반대 되는 CEO 찾나?= HP의 뉴 리더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 △수익성 향상 △전략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타개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수행해야한다. 여기에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서비스 분야 거인 IBM, 그리고 PC시장에서 델과 보다 효율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새 CEO 찾기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HP의 새 CEO에 관심을 표명하는 인물은 많지만 정작 자격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HP 이사회가 그동안의 상처를 치료할 치료자, 그리고 새로운 HP를 건설할 구축자, 그리고 비젼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터 업계의 전문가들은 HP 이사회는 구체적으로 △기업 컴퓨팅 분야에서 탄탄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직원들을 분열시키지 않으면서 HP의 변화를 이끌수 있으며 △경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들 조건은 대부분 물러난 피오리나와 대조되는 것들이다.
지난 1999년 HP CEO에 전격 스카우트 된 피오리나는 통신업체(루슨트)서 근무하다가 HP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녀는 컴퓨팅 분야를 전혀 알지 못했다. 또 그녀는 CEO로서 전권을 받아 과감한 회사 재편과 컴팩 인수에 따른 후속조치로 대량 해고를 실시, 이 과정에서 HP 직원간 불화를 초래했다.
◇누가 거론 돼나=자천 타천으로 HP 내·외부에서 여러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HP 이사회는 외부에서 찾지 못할 경우 내부에서 임명할 예정인데 내부에서는 보메시 조시 프린터·PC 사업 부서장과 앤 리버모어 기업 컴퓨팅 부서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조시는 기업 컴퓨팅 분야 경험이 적은 것이 약점이며 리버모어는 99년에도 CEO 물망에 올랐다가 피오리나에게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모토로라 개혁에 주력하고 있는 에드 잰더 모토로라 CEO도 대상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사장 출신인 그는 컴퓨팅 분야에도 경험이 풍부하다. 잰더 역시 99년에 피오리나와 HP CEO를 놓고 경합했다가 패한 적이 있다. 존 톰슨 시만텍 CEO도 후보다. 하지만 그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 경험이 적은 게 약점이다.
전 컴팩 CEO로서 MCI CEO로 있는 마이클 카펠라스도 애널리스트들이 선호하는 후보 가운데 한명이다. 현재 그는 MCI를 버라이존에 매각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빌 자이틀러와 도그 엘릭스 같은 IBM의 고위경영자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이들은 은퇴 시한이 가까운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다크호스 후보군에는 앤 멀캐히 제록스 CEO와 릭 벨루조 전 HP 프린팅 사업장, 그리고 전 오라클 사장레이 레인 등이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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