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6)정영석 넥슨 개발실장

 전국민을 ‘카트라이더’ 열풍에 몰아 넣은 사나이.

 우리나라 사람 4명중 1명이 즐기는 이 시대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그 주인공이 바로 넥슨의 정영석(35) 개발실장이다. 지난해 6월 오픈베타서비스 이후 8개월만에 회원 1000만명을 넘어섰고, 동시접속자수는 22만명을 돌파했다. 누구도 예상못했던 빅히트다.

 ‘카트라이더’가 캐주얼 게임이라 뚝딱하면 나왔을법하지만 12년 묵은 그의 손끝에서 야무지게 만들어진 작품이란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 실장은 지난 94년 PC패키지게임 ‘블랙사인’으로 개발인생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2년 뒤인 96년 넥슨에 입사했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시원이라 불려지는 ‘어둠의 전설’ 개발에도 참여했고, 2000년에는 ‘비트댄스’의 디렉터를 맡았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실패였다.

 “실패했더라도, 쓸모 없었던 개발시간은 없습니다. 실패도 개발자에게는 학습기회입니다. ‘비트댄스’의 경험이 ‘카트라이더’의 밑거름이 됐지요”

 그는 ‘카트라이더’의 성공요인을 잘 만들어진 숍 관련 시스템으로 꼽는다. 게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들을 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연동요인을 깔끔하게 구성한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아바타가 아닌 캐릭터에 이용자의 감정이입을 가능토록한 획기적 시스템이다. 채팅창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나 기호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그 뜻을 인식,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으로 표현된다.

 “이 시스템은 저질욕설이 난무하는 채팅창을 깨끗하고 밝게 만드는 데도 크게 일조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자기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폭력적 언어표현은 힘들게 되지요”

 바로 이런 점이 높게 평가돼 ‘카트라이더’는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1000만명 회원과 e스포츠 종목 활용을 바탕으로 ‘카트라이더’를 단순한 일개 게임이 아닌 대한민국의 놀이문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먼훗날 사람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고무줄놀이, 말뚝박기와 같은 놀잇감으로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그는 스스로 고여있지 않기 위해 일정시간이 되면 ‘카트라이더’의 개발 책임을 다른 개발자에게 넘길 계획이다. 그것이 게임의 생산적 역동성을 살리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다음 그는 또다른 차기작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확실한 것은 ‘비엔비’ ‘카트라이더’로 이어져온 캐릭터를 차기작에도 계속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이 캐릭터를 ‘마리오’ ‘미키마우스’와 같은 캐릭터로 만드는게 제 꿈입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