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7)최연규 소프트맥스 콘텐츠개발실장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거둔 결실중 하나는 콘솔게임의 재발견이었다. 온라인게임 부문에서는 이미 종주국 위상과 함께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여전히 콘솔게임에선 일본과 미국에 한참 뒤쳐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프트맥스가 플레이스테이션2용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을 만들어 본고장 일본에까지 치고 들어간 것은 기분 좋은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이 도전을 이끈 이가 바로 최연규(32) 콘텐츠개발실장이다. 최 실장은 지난 92년 벌써 아마추어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그야말로 국내 최고참급 개발자이다.

 “당시는 일본 콘솔게임을 PC버전으로 베끼다시피하는 것으로 재미를 삼았지요. 말하자면 ‘불법복제’ 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PC게임을 콘솔용으로 다시 옮기고 있으니 10여년전 경험을 역으로 밟는 셈입니다”

 튀는 사람은 튀는 사람 눈에만 띈다고 했던가. 한동안 아마추어식 개발에 몰두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당시로선 ‘게임으로 사업도 하는구나’라며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이었다. 94년 소프트맥스 설립과 함께 입사하면서 최 실장의 개발도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1년여 공을 들인 끝에 출세작이 된 ‘창세기전’이 나오게 된다. ‘창세기전’은 외전 2편을 포함, 6편이 출시되며 우리나라 PC게임 역사를 새로 써나간다. 자연히 소프트맥스도 PC게임 종가로서 자리하게 됐다.

 “95년 이후 매년 한편씩 나오면서 개인적으로 20대에 관한 아무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창세기전에 빠져있었지요. 다시 개발자 인생을 시작하더라도 그때 그 열정에 매료될 것입니다.”

 스타였던 그에게도 곡절은 있었다. PC게임 시장이 쇠락하면서 그의 작품도 홀대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작품기록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들 뛰어드는 온라인을 마다하고, PC게임을 콘솔게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이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개발 자체가 바로 새로움의 창조지요. 세계시장에 통하는 게임을 위해서는 콘솔이란 무대에 올라서야 했습니다”

 최 실장은 다시 콘솔버전 ‘마그나카르타2’ 개발에 착수했다. 전편이 개발에 급급했던 작품이었다면 2편에서는 자신의 10년 개발 역정의 혼을 고스란이 담을 계획이다.

 “시리즈 개발은 그만큼 시간과 브랜드와의 싸움입니다. 새로운 10년의 운명을 결정지을 완성작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길게 보고 게임을 만들겠다는 최 실장은 ‘마그나카르타2’ 개발에 뛰어든 요즘, 10여년전 첫 개발때 만큼이나 설레는 기분에 빠져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