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강하다’
CF 카피로 유명해진 이 말처럼, 엔도어즈의 개발담당 김태곤(33) 이사가 만든 게임이 그렇다. 지난 2000년 선을 뵌 이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경제게임 ‘거상’이나, 후속작인 정치 경제게임 ‘군주’가 이를 말해준다. 유명세에 시달리면서 자만할 까닭도 없고, 그렇다고 인기가 없어 현상유지 조차 어려운 틈바구니를 겪지 않는 거의 유일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나만의 색깔을 갖자는게 일관된 개발 원칙입니다.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지만 ‘김태곤 표 게임에는 이런 맛이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91년 대학 입학과 함께 그의 개발 인생은 시작됐다. 그래픽, 음악, 프로그램에 각기 재능이 있는 친구 4명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4명은 군제대 이후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마침내 96년 ‘충무공전’이라는 전략시뮬레이션 PC게임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전쟁을 다루더라도 서양의 기병전 보다는 임진왜란의 해전이 더 친숙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죠. 우리 역사를 다룬 게임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입니다”
이후 ‘거상’의 모태가 된 ‘임진록’ ‘천년의 신화’ 등의 PC게임이 나오면서 그는 역사물을 고집하는 장인이 되어간다. 역사물과 함께 그는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게임을 만든다는 자기 색깔도 주장한다.
‘군주’는 3D 그래픽이 대세인 국내 온라인게임의 풍토속에 유아독존격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2D 게임. 게임성에 충실하고, 내용 전달만 풍부하면 됐지 2D든, 3D든 치장은 절대적 선택요인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가벼운 즐거움과 심각한 즐거움 모두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어느 한 쪽만이 배타적 입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이 논리는 계속 적용될 것입니다.”
김 이사는 친구 4명과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30여명의 개발자들이 그와 이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개발작업에 빠져있다. 차기작은 PC게임에서 대가 끊긴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를 온라인게임화하는 쪽으로 설정했다. 물론 역사물이라는 원칙에서도 벗어나지 않을 작정이다.
“출발을 전략시뮬레이션으로 했듯,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색깔 있는 도전을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로의 차별화가 필요하지요”
갓 돌을 넘긴 딸을 둔 초보아빠 개발자 김태곤. 그는 50줄에 가까운 시절 즈음, 아빠의 게임을 딸과 함께 즐기는 것을 희망의 밑천으로 삼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