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점검, 아직 끝나지 않은 통화대란`
KT전화 통화불통 사태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한 달이 됐다. 한달 동안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책반을 가동해 정량적 트래픽 분석과 장애 원인을 밝히겠다던 정보통신부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대답했다. 대책반 첫 회의가 지난 9일에서야 있었으니 아직 한 달은 안 됐다는 것.
200억원을 투입해 사고지역 중계시스템을 늘리겠다던 KT는 가장 시급한 대구지역 특수번호 분리를 위한 20억원 말고는 장비구매 절차와 테스트에 시간이 걸리는만큼 나머지 자금 집행완료 시기를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졸속대책은 금물’이라고 하지만 시간만 지나면 속시원한 원인분석과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또다시 엇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지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T, “반성은 하는데 원인은 아직”=지난 3일 정통부가 주관한 기간통신사업자 대책회의에서 이용경 KT 사장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책임자로서 머리숙여 사과한 것이다.
또 김성만 KT 기간망본부장은 이날 사태 보고를 통해 △이상 트래픽에 대한 대응 미흡 △특수번호에 대한 안정성 미확보 등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예외적 트래픽을 예측하지 못해 사전 대응이 미흡했고 사고 발생 후 정부나 언론 등과 협조가 부족해 사후 대응도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지역은 112·119 등 특수번호를 지능망과 같이 수용해 긴급통화까지 불통되는 사태가 벌어진 점은 가장 큰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KT는 아직까지 원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래픽 이상 폭주’ 이외에는 책임성 있는 답변이 어렵다는 것. 사고 당시 언급됐던 민영화 이후 설비투자 소홀이나 트래픽 분산 오류 등 현장 대응 문제 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용경 사장은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매출 대비 설비투자율이 세계 통신사업자 중 최대인만큼 투자 소홀은 아니다”라며 “이례적인 트래픽 과다”라고 해명했다.
◇정통부, “대책마련에 한계”=정통부와 통신사업자, ETRI,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하는 전화장애 원인분석 대책반은 지난 25일까지 두 차례의 공식 회의를 가졌고 실무선에서 트래픽 분석 등에 대해 점검중이다. 이번주에도 한 차례 회의를 더 갖고 결과 발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반을 더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정통부는 “원인 분석 결과는 곧 내놓겠다”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비여유율 가이드라인까지 정부가 지정해줘야 하는 것인지, 트래픽 최고점을 어디에다 두고 증설을 요구할 것인지, 트래픽에 대한 예보제를 상시화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하나하나에 정책적·철학적 문제가 겹쳤다는 것.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영기업인 KT에 정부가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재난 종합대책 마련해야=정통부와 KT 관계자들은 지금도 당시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하늘이 도우셨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원인이야 어떻든 불미스런 사고로 이어졌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통화대란도 지진이나 태풍 같은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대응으로만 일관한다면 또다른 인재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인제대 김철수 교수는 “명확한 원인분석을 내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긴급대응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사진: 전화불통 사태가 일어난 지 나흘째인 지난 3일 진대제 장관이 장애발생지 중 한 곳인 KT 남수원전화국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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