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인터넷을 들끓게 했던, ‘교사 촌지는 당연하다’는 이른바 ‘이선생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그 가운데서도 문제의 글을 인터넷게시판에 올린 ‘이선생님’에 대한 신속한 IP 추적 과정은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이 글이 일파만파로 퍼진 지난 31일 밤 ‘이선생님’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사 결과 ‘이선생님’은 일단 교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시기상 만우절과 맞물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던 이번 사건은 결과에 관계없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문제의 글이 게시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협조를 요청, 곧바로 ‘이선생님’에 대한 자료를 넘겨 받았다. 이 같은 발빠른 대응은 문제의 게시글에서 ‘이선생님’이 촌지수수를 인정하는 대목이 적시돼 있는 데 따른 것이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결과론으로 따지면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IP 추적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IP를 역추적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에 앞서 익명성을 내세운 사이버공간에서의 언어폭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인터넷 문화를 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일부 네티즌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익명성을 등에 업은 언어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보거나 명예 훼손을 당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래서 경찰은 현재 ‘이선생님’ 사건에 대한 처리를 두고 고심중이다. 교원단체나 교육기관 등이 명예 훼손으로 고발 조치한다면 적절한 판례가 없는 사법 당국으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많다고 해서 인터넷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인터넷 문화 조성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선생님’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