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반도체 판매가 디지털 경기 둔화 국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는 통상 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반도체 사이클을 감안할 때 의외의 단기간 조정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조사기관 등의 예측을 언급하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해온 세계 반도체 판매가 올해와 내년에 한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반도체 경기 안정세는 디지털 가전기기 등 성장 제품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인텔 등 대기업들이 재빨리 재고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최근 2005년 반도체 세계 판매가 작년 대비 3.4% 증가한 2270억달러 정도로 3년 만에 한자릿수 성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지난해 반도체 판매는 2003년 대비 23.4% 증가한 2197억달러를 기록했다.
비교적 신중한 예측을 하는 업계 단체 역시 최근 들어 완만한 성장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 반도체공업회(SIA)의 존 스칼리스 전무이사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은 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실리콘 사이클은 4년 주기로 호·불황을 거듭해 왔으며 지난 80년대 이후에는 ‘6번의 호황기와 5번의 불황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세계 판매가 전년치를 밑돈 적은 PC 보급기에 접어든 90년대 전반 뿐이었다.
특히 이번 조정 국면에서는 여느 때와 다른 두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우선 반도체의 쓰임새가 확대됐다는 점인데 SIA에 따르면 용도별 점유율에서 PC가 2003년 47%에서 지난해 41%로 떨어진 반면 디지털TV 및 디지털카메라 등 가전제품의 점유율은 16%에서 19%로 확대됐다.
또한 반도체의 최종 수요자를 기업과 일반 소비자로 나눌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소비자가 기업을 상회했다. 이는 폭발적인 디지털 가전기기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디지털TV의 세계 판매는 전년 대비 47% 증가했고 향후 수년 동안 두자릿수 성장이 기대된다. 이에 비해 PC 판매는 같은 기간 14.7% 증가에 그쳤고 올해는 9.7%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반도체업체들의 발빠른 대응이다. 인텔, 내셔널세미컨덕터 등은 보통때 보다 수 개월 빠른 지난 여름부터 생산 억제에 따른 재고 조정에 착수했다. 거래처와 재고정보를 공유하는 공급망관리(SCM)의 도입으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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