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면 생각나곤 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일부분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라면 ‘청춘’과 같은 중소기업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청춘’과 같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다. 부족한 자금, 우수인력 유치 어려움, 자체 판로확보 미흡, 위험 회피수단 부재 등 단숨에 쏟아낼 수 있는 것만도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생력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동원될 수 있으며, 정부도 이미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의 자생력은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자생력 제고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상생이 필수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상생은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해법이고 시너지 효과 또한 크다. 각자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정부의 직접적 자금지원도 필요하지 않은 방법이다.

 상생이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의 해법이 되기 위해선 다양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의식 전환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창출하는 이익을 좀더 중소기업에 할애할 필요가 있다. 경험상으로 공동이익에서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비율은 9%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이익 할당률은 중소기업의 기술 투자 여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해 장기적 관계를 형성할 때 대기업에 또 다른 이득을 가져다 줄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단순한 이전적 지원에서 탈피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이익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나눌 경우 세제 또는 금융상의 혜택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물론 대기업과 정부가 제 역할을 한다고 상생의 해법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위한 노력의 반, 아니 그 이상은 중소기업의 몫이라 하겠다. 목전의 이익이 아닌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원대한 목표를 갖는 것이 급선무다. 하도급 업체에 머물지 않겠다는, 그럴 수 없다는 자존심을 바탕으로 기술과 인력을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실패도 자산이라는 각오로 정부의 보호나 규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사용되는 ‘중소기업’이란 용어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까. ‘중소기업’ 하면 왠지 약해 보이고 의존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이미지가 행동을 좌우할 수 있으니 보다 산뜻한 ‘전문기업’ 정도로 하자면 무리한 주장일까.

 청춘예찬은 청춘을 따뜻한 봄바람에 비유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라면 누구나 이 같은 따뜻한 봄바람이고 싶은 심정일 게다. 그러나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꽃을 피우는 바람이 되려면 대기업, 정부, 중소기업이 합심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가 따뜻한 봄 날씨 탓에 해보는 철없는 사람의 단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예를 들기는 어렵지 않다. 필자의 회사는 삼성전자와 상생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하청업체에 고용된 인력이라는 생각을 하는 직원을 없다.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과 자부심만을 키워가고 있다. 꽃 피고 새 우는 화창한 봄날을 예고하는 바람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배희숙(이나루티앤티 대표이사) 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