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삼성의 아킬레스건

 천하의 삼성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있다. MP3플레이어(MP3P)가 그렇다. 휴대폰, 반도체, 디지털TV 등에서 승승장구하는 삼성이지만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세계 MP3P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MP3P는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현재 MP3P는 청소년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0순위에 오를 만큼 ‘시대의 키워드’다. 특히 전자제품이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면서 MP3P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MP3P가 오는 2009년까지 연 평균 30% 성장하며 고공비행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차’ 싶었던 삼성은 급기야 지난 3월 말 “오는 2007년까지 MP3P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톱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삼성의 ‘애플 격추’는 그야말로 난망인 듯하다.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애플은 삼성의 ‘3월 대선언’ 이후에도 ‘저만치 앞서가는 행보’를 가속화했다. 이달 들어 HP 등 글로벌 컴퓨터 업체들이 잇따라 자사 PC에 애플의 음악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듀크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에게 ‘아이팟’을 무료로 나누어주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뉴욕에서는 ‘아이팟’만을 노리는 전문 도난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죽하면 애플과 늘 으르렁거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 과반수가 빌 게이츠 눈을 피해가며 몰래 ‘아이팟’을 사용할까.

 ‘아이팟’은 이미 미국의 한 주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의 도전이 버거워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이기에 또 일가닥 희망을 가진다. 10여년 전 삼성이 휴대폰 사업을 개시할 때 그 누구도 오늘날의 삼성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불가능을 뛰어넘은 삼성이다. 어느 시인은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의 가장 좋은 것도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아니 그러길 간절히 원한다. 기자가 아닌 국민으로서도. 그것이 21세기에도 우리나라가 세계 IT 시장 주역임을 만방에 고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국제기획부·방은주 차장@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