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종량제를 주제로 토론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찬성하는 토론자를 찾을 수가 없어요. 좀 도와주세요.”
한 방송사 작가가 전자신문 기자에 출연자 섭외 전화를 걸어 했다는 넋두리다. 종량제(부분정액제)를 이슈화한 KT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슈를 던졌지만 여론은 등을 돌린 모양새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입을 꼭 다물었다. ‘KT가 먼저 도입하면 그때가서 선택하면 된다’는 심산이다. 급기야 주무부처 장관까지 ‘변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금까지 “현재의 요금제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며 지지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엔 “온라인게임업체를 보니 정액제 기반 사업모델이 많더라”며 산업육성을 이유로 살짝 비켜갔다. 반 걸음 정도는 후퇴한 분위기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험로라는 점이다. 일부 헤비유저(heavy user)가 발생시킨 비용을 대다수 이용자가 분담해선 안된다는 KT의 논리대로라면 요금제 변경시 대부분의 가입자는 요금이 크게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선발사업자로서 다른 사업자가 제공할 수 없는 약탈적(저렴한) 요금으로 독점을 가중시키는 행위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요금 하한선을 낮추지 않을 경우엔 헤비유저가 많은 도시가입자들은 하나로, 데이콤, SO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괘씸해서’라도 가입회사를 바꾸겠다는게 네티즌들의 심사다. 결국 KT만 (의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 읍·면 단위의 가입자만 남게될 지도 모른다. ‘골칫거리인’ 헤비유저를 쫒아 내고 지방가입자만 남기면 KT는 과연 쾌재를 부를 수 있을까.
문제점과 해답은 같은 곳에서 찾아야 한다. 이용경 사장은 블로그 글에서 “(사용량이 적은)농촌 사용자가 (사용량이 많은)도시사용자의 요금을 대납해주는 셈”이라며 문제제기했다. 잘못됐다.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곧 KT의 서비스를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비용이 문제라고 해도 열심히 쓰는 사용자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논리가 타당하다고 해도 아군과 적군이 논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 법이다. ‘서비스질이나 높이고 요금제를 얘기하라’는 한 네티즌의 쓴소리는 비난인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다. 사면초가에 빠진 KT가 해법을 찾을 곳은 다름아닌 바로 소비자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