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목련, 잔잔한 벚꽃도 화사한 모습을 드러냈다. ‘벤처 어게인’의 구호를 외치며 많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다시 한번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봄날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대책과 청년실업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벤처 붐’의 숨은 주인공인 엔지니어들의 체감상태는 봄은커녕 겨울잠에서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한 네티즌이 쓴 ‘영재들아, IT로 오지 마라’라는 글을 씁쓸하고 서글픈 마음으로 읽어내려 가며 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려야 했던 상황은 여성 CEO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성적인 문제는 아닌 듯싶다.
한때는 청소년 장래 희망직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IT엔지니어의 위치를 당사자 스스로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분류하며 후배들의 진로 선택을 가로막는 상황을 야기한 것은 분명 선배들의 잘못된 역할과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벤처 붐을 타고 염불과 잿밥을 구분하지 못하고 한탕의식으로 이리저리 떠돌며 함께 부화뇌동했던 엔지니어들 역시 ‘스스로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는가’ 하는 반성이 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영재들아, IT로 오지 마라’라는 말에 공감하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최소한 주5일 근무가 보장되고 시간외 수당을 받는 대기업의 직원들은 아닐 것이다. 그룹 SI회사들은 흑자 위주의 사업을 하느니 사상 최대 흑자를 냈느니 하는 기사가 왕왕 발표되는데 최근 1∼2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중소 SW업계 실상은 어떠한가.
회사를 정리하고 연락이 두절된 선배, 직접 돈을 벌어 보겠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가족을 두고 해외로 홀로 떠나간 CEO 등 다양한 형태의 슬픈 상황을 지난 한 해 동안 어렵지 않게 접해 왔다.
올해 SW기술자의 노임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20%에 달하는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형 SI업체들은 현실과 차이가 큰 단가산정 기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역시 이는 참조 단가일 뿐이다. 이왕 중소업체가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하는 바에는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사항들이 실제로 중소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일정 규모 이하의 공공 프로젝트는 대기업의 입찰 참여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중소 SI업계에서 얼마나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었던가. 그러나 제안요건을 면밀히 살펴보면 자본금 5억원 이상이어야만 제안이 가능한 경우, 3년 내 단일 프로젝트 규모로 ‘을’의 입장에서 몇 억원 이상 실적증명이 가능한 경우 등 업력이 얼마 되지 않은 소규모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소 IT업체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 인력파견 업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업력을 쌓아가야 할 뿐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워 줄 수 있을 만한 일을 찾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에너지를 소진하다 보면 소중한 인재는 하나둘 떠나고 비즈니스는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IT기업의 힘은 인재며 힘있는 기업만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결고리 속에서 이미 내놓은 여러 가지 정책의 지속적인 점검 및 보완, 실효성 파악을 통해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체계적이고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는 정부의 벤처캐피털 활성화나 자금지원 정책에 앞서 선행돼야 할, 진정한 ‘벤처 어게인’을 이루어 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IT엔지니어들 또한 이제는 한탕주의, 철새 근성을 버리고 본연의 자리에서 인내하며 자신의 자리를 소중히 여기는 성숙함으로 ‘벤처 어게인’에 동참해 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남수미 한국후테로시스템 사장 smnam@futer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