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표준플랫폼 위피(WIPI)의 진화 속도가 더뎌 급변하는 무선인터넷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피 2.0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다음 메이저 버전인 위피 3.0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고 2.1 개발도 올해말까지 연기됐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차원 그래픽·위치기반서비스(LBS)·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무선인터넷 관련 신규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으나 이를 플랫폼 차원에서 통일해야 할 위피의 차세대 규격 제정은 잇따라 미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 표준화위원회의는 위피 2.1은 올 6월께, 그리고 3.0은 연말까지 선보일 방침이었다. 하지만 표준화위원회는 위피 2.1은 올해말, 위피 3.0은 내년 6∼8월께로 위피 표준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6개월 가량 연기했다. 후속 버전에 어떤 API을 담을지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위피 2.0 출시 이후 1년 이상 개점 휴업한 상태. 표준화위원회는 이달말 2.02버전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는 2.01 버전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한 수준에 불과하다.
솔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위피 2.0 단말기 출시와 관련, 회원사 간 이견이 발생하는 등 위피 2.0 버전 조차도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피의 느린 진화 속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3D게임, LBS, DMB 등 속속 등장하는 신규 서비스를 플랫폼 차원에 연계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 시장에서 국제 자바표준단체인 JCP(Java Community Process)가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JSR(Java Specification Request) 규격을 이미 10여개 이상 만든 행보와 비교할 때, 향후 위피의 위상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JCP는 MMS·3D엔진·LBS 등 휴대폰에서 구현되는 각종 자바 애플리케이션의 기술규격을 세분화해 JSR 규격을 10여개 정도 마련했다”며 “이에 비해 위피는 아직도 기본 플랫폼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 향후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표준화위원회 회원사들의 적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저마다 다른 규격으로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등 표준화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또 모바일3D포럼, LBS포럼 등 분야별 단체들이 자체 표준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다 위피 표준화위원회와의 의견 교류가 전무한 것도 위피 진화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KWISF 표준화위원회의 김선자 팀장(ETRI)은 “위피 후속 버전 개발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분야별 단체들이 표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화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표준화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이통사·단말제조사 등의 회원사로부터 위피 3.0에 담을 요구 사항을 받아 후속 버전 제정 논의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