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업계 `M&A쓰나미` 공포

 <설명>글로벌 전망대



세계 통신서비스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요동치고 있다.

올들어 나온 굵직굵직한 통신사업자 M&A만 해도 10여건에 이른다. 이전에도 통신사업자 M&A는 있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터져나온 적은 없다. 후발 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업체들은 ‘M&A 쯔나미’ 공포에 직면했으며, 독과점 폐해와 고용 불안 등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그렇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의 융합(컨버전스)시대에 ‘생존’ 차원의 몸집 불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M&A 회오리는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세계 통신사업자들의 관심은 온통 융합서비스 시대의 생존전략에 쏠려 있다. 유무선 통합과 함께 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 이른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에 눈을 돌리고 있다.

IPTV와 3세대 이동통신사업도 빨리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유선전화, 이동전화 등 역무별로 한정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가입자도 더욱 많이 확보해야 투자비용도 줄이고 수익도 극대화하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경쟁 격화로 인해 적어도 3위 안에 들어야 미래 생존도 담보될수 있다.

미국 SBC의 AT&T인수와 버라이존의 MCI인수는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두 회사는 인터넷전화와 IPTV,기업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인터넷접속료 등 투자비용을 대폭 줄이는 한편 미래 투자여력도 확보한다는 전략 아래 천문학적인 인수자금을 쏟아부었다.

미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유럽의 사업자들은 해외 사업자 인수에 열중하고 있다.

텔레포니카, 프랑스텔레콤 등이 앞장서 유럽은 물론 중남미까지 해외 사업자를 인수해 글로벌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인수가 쉽지 않으면 자회사를 다시 통합하기도 한다. 융합서비스에 대비해 인터넷 및 방송과 무선 관련 자회사를 다시 합병한 이탈리아텔레콤이 적절한 사례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통신 인프라 개선을 위해 사업자 구도를 정비중이다.

◇후발사업자와 장비업체, 후폭풍 맞을 듯=대형 통합 회사가 업계를 주도하면서 후발사업자는 비상이 걸렸다. ‘쏠림 현상’이 심한 통신시장의 특성상 생존이 힘들어진다.

장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M&A의 주요 목적이 네트워크 투자 비용 절감이어서 당분간 장비시장엔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M&A로 인해 통신 설비 투자가 내년에만 최대 22억 달러 정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후발사업자나 장비업체의 M&A가 활발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돼 나올 폐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단체들은 최근 사업자 통합이 독과점을 불러와 통신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관계 당국에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유선시장만 해도 사실상 SBC와 버라이존의 양강 체제로 바뀌었으며, 이동전화시장은 싱귤라,버라이존,스프린트넥스텔,T모바일USA 등 4개사 체제(점유율 80%) 재편됐다.

정리 해고에 따른 고용 불안도 걱정거리다. C넷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IT기업이 6만명 정도를 해고했으며 60%에 육박하는 3만5000명이 통신 분야였다. 프랑스텔레콤도 올초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8000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혔다.

그렇지만 경쟁 촉진을 위해 각국 정부는 통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추세다. 통신사업자들도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위협적인 시장 진입에 맞서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M&A가 머잖아 업계 밖인 방송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