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의 확대 보급과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은 일반인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문화 활동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곧 한국의 문화산업을 대량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른바 ‘한류’라는 현상을 불러왔다.
한류의 중추적 역할을 한 드라마가 아시아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접근해 순수한 감정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해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검열이나 규제 등이 철폐돼 다양한 소재를 다루게 됐고 창의력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영상 기법과 유능한 연출로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진입장벽이 가장 높았던 홍콩에서조차 ‘대장금’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드라마 방영시간에 거리의 인적이 드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학자들은 한류의 원천인 문화산업에 대해 “문화산업이 성장하려면 국내에서 투자·제작·배급·분배의 구조가 가능하도록 기본적으로 1억명의 인구와 1만달러의 국민소득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일본은 해외시장을 무리하게 내다보지 않아도 인구와 국민소득 면에서 자국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은 비록 13억명의 엄청난 소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미성숙으로 문화산업이 아직까지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잠재력만큼은 일본을 크게 앞선다. 5년 후에는 중국이 문화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학자들의 주장과 어긋난 경우다. 인구가 5000만명을 넘지 못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1만달러 정도에 불과한 데도 문화산업이 활성화돼 아시아 각국에 문화상품을 다량 수출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환경을 뛰어난 예술성과 창의력으로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류는 일방적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각국에서 다양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저항을 받지 않으려면 한류가 일방이 아닌 상호 간에 소통하고 이해하는 교류의 장이 돼야 하며, 부분적 혹은 일방적이라는 평을 받는 문화교류가 시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방향적 문화교류를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도 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컨대 외주제작 드라마와 해외 우수 영상물을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지상파 전문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채널은 아시아 각국의 프로그램 교류 사업을 활성화해 상대국가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4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다주며 영상산업 인프라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시장의 한계를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국과의 상호교류, 즉 공동투자·제작·배급 등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터전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처럼 문화의 공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문화산업 관련 인사 간 교류 사업이나 포럼을 통해 아시아의 공동가치를 산출해야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젊은이들이 문화산업이라는 테마로 공동 연구와 구체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히 문화산업 분야 IT인프라 구축 등의 공동 작업은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 관광 등의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일방진출의 한계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의, 아시아인에 의한 문화공동체 형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현택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CEO@ikof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