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를 바꾼다고 한다. 지금보다 작고 정교하게 만든단다. 그래서 새로 나올 지폐가 과연 어떤 모양일지, 여기에 새겨지는 인물은 누구일지에 대해 말들이 많다.
돈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돌이기도, 조개이기도, 또 비단이기도 했다. 지폐는 현대의 산물이다. 2차대전 후 브레튼우즈체제가 만들어지면서 금의 가치만큼 지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가 돈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은 항상 일정량의 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금본위제도마저 허물어졌다. 그냥 지폐 그 자체를 돈으로 만든 셈이다. 어차피 정부가 찍어내기 때문에 정부를 믿고 쓰라는 것이다. 같은 값어치에 해당하는 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찍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인터넷 바람을 타고 동전도, 지폐도 아닌 온라인상의 화폐 즉 전자화폐까지 등장했다. 전자화폐는 정부가 아닌 민간사업자가 찍어낸다.
돈은 모양은 물론이고 성격마저 돌고 도는 셈이다. 돈이 왜 돈이냐는 것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는 것이다. 그럼 머니(money)는 왜 머니일까.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서 그렇다고 한다.
금이 필요 없는 지금의 돈은 편리하긴 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통용되는 돈은 많아지고 금은 그만큼 없으니 당연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할 때는 사려는 물건의 양보다 준비해야 하는 돈이 더 많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폐 변경은 화폐개혁론에서 출발했다. 지금의 최고가치인 1만원권 지폐의 10배가 되는 10만원권 지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1만원권을 1천환(?)권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대두됐다. 화폐개혁은 떨어진 돈의 가치도 올리고 장롱 속에 숨어 있는 돈과 주인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돈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이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기존 단위를 유지하되 모양을 바꾸는 방안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돈 모양을 바꾸면 위조가 어렵고 오래쓸 수 있다는 것이다. 용두사미다.
디지털산업부·유성호 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