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도시바의 차세대 DVD 규격 통합 협상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전세계 전자업계 및 콘텐츠업계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세대 DVD 규격이 통합되면 이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특히 할리우드 등 콘텐츠 업계에선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통합 규격에 맞게 사업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는 하드웨어 업체들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부품 및 디스크업계는 새로운 통합 규격에 맞게 다시 투자해야 하는 탓에 걱정이 앞선다. 당초 연내 내놓기로 했던 제품들도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일단 원론적으로는 ‘긍정적’=차세대 DVD 통합 협상 소식에 세계 전자업계 및 콘텐츠업계는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이지만 긍정적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히타치맥셀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규격이 통합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에이비디오는 “과거의 VHS-베타 전쟁이 되풀이 되지 않아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광디스크제조장비업체인 오리진전기도 “이제 새로운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산요전기는 “양측에 모두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며 “통합 규격은 가전업계, 일반 소비자들에게 모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부품 업체들, 기존 개발 노력 물거품 우려=양쪽 제품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온 전자업체들은 통합 논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HD DVD 방식 제조장치 등을 개발해온 일본 부품업체인 메모리테크는 “현행 DVD와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0.6㎜의 디스크 2장을 맞붙이는 구조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블루레이 진영 업체인 TDK도 “통합 규격이 블루레이 방식에 가깝기를 기대할 뿐”이라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연내 상품화를 예정했던 DVD리코더, DVD플레이어, 관련 SW 업체 역시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출시시기의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대 수혜자는 소니와 도시바=양 규격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니와 도시바 측은 막대한 로열티수입이 기대된다. 설령 자사 원천기술이 협상과정에서 일부 채택되지 않더라도 상대 진영에 대한 로열티 면제 또는 로열티 상계 등 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쪽 규격이 공존할 경우 치러야할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윈-윈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콘텐츠업계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은 “하나의 규격으로만 DVD를 만들기 때문에 제작비용을 절감할수 있고 재고관리도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며 “불법 복제 차단이나 가정용 영화의 판매 및 대여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 협상 자체가 소니·도시바 양 진영과 할리우드 영화사간의 모종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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