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이공계 대학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과대학(POSTECH),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등과 협력관계를 확정했다고 한다. 물론 삼성전자 이외의 대기업들도 국내 대학들과 산·학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기업과 대학 간 산·학 협력은 기술이 자원이자 힘의 원천인 지식기반 시대를 맞아 상호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대해야 한다. 대학은 재정자립에 도움이 되고 기업은 유능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이공계 살리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원을 강화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차세대 이동통신 4G기술과 4G단말기로 서비스될 e헬스 등이어서 관심을 끈다. 치열한 기술전쟁 시대에 우리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강화해야 이를 선점할 수 있다.
삼성은 KAIST와 LCD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공동연구를 하고 핵심 기술을 개발할 디스플레이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학과를 신설해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ICU와도 지난달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분야의 산·학 협력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목표로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졸업생이 희망할 경우 공학부 졸업생 전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한테는 반가운 소식이다.
포항공대와는 지난해 말 LCD사업 부문에서 산·학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한다. 이런 삼성의 행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학 인력 양성이 이뤄질 경우 자칫 과기인력 양성의 균형이 깨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업들과 대학 간의 이 같은 협력은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지금 기업들이 이공계 살리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우선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이 잘돼야 이공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학 협력은 우수 이공계를 살리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공계 기피현상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없다.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 시대에 전문인력 양성 없이는 우리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렵게 이룩한 IT강국 위상을 무슨 수로 지킬 수 있단 말인가.
거듭 말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창조적 과학기술 발달도 기대할 수 없다. 과학기술 입국도 구호에 그칠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집중 투입해 이공계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으므로 만족할 만큼 예산을 배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이 이공계 대학과 상호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지속돼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대학에 약속한 지원사항을 꼭 지켜야 한다.
지금 우리는 IT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과 무역장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공계 전공자 공직 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해 4급 이상 정책결정 직위에 기술직 보임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5급 기술직 신규 채용을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과 대학 간 산·학 협력이 더욱 확대되어 지식기반 사회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학들도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은 인력양성을 위해 교육제도나 현행 대학입시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