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하나는 지난 3월 30일 평양에서 열렸던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전 북한과 이란의 경기다. 이 경기에서 북한은 이란에 2 대 0으로 패했는데, 이때 북한 관중이 주심이 편파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항의하면서 일종의 경기장 난동을 벌이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축구 경기는 다른 종목에 비해 관중이 쉽게 흥분하여 예측 불허의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났고 이를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이 “북한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네” 하면서 신기한 장면을 본 듯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얼마 전 강만길 광복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지난 4월 11일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운동도 독립운동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이 불러온 파장이다. 학계에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를 대중적인 자리에서 고위공직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또 하나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남북 간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르게 평화와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어떠한 사물을 대할 때도 그 사물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해석과 대응 방법이 달라지듯이 북한을 보는 시각은 앞으로 북한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각의 문제는 중요하다.
물론 북한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것이 객관적인가에 대해서는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다. 아마 우리에게 북한의 모습은 가장 먼저 부정적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만들기에 충분했고 이것이 정권 차원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북한이라고 하면 우선 ‘부정적이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 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86운동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그것이다. 이때 고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 그리고 고 정주영 회장의 방북 등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2002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대립과 갈등에서 화해와 평화공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때는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경향을, 한때는 무비판적인 수용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북한에 대해 점차 객관적인 시각을 찾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지금 북한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북한을 북한의 모습대로 보기에는 많은 특수한 환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하면서 북한 사람들을 많이 접촉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 역시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막연하게 긍정과 부정을 이야기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그런 것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사업을 한다는 것도 사실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러한 고민보다는 경제협력 사업이 더 중요하니까, 일단 사업에 집중하자고 나름대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현상들을 볼 때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북한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유완영(유니코텍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