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산업 키워드 `지재권`

4월 26일은 올해로 다섯번째 맞는 세계지적재산권의 날이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사실 매우 넓다. 문화의 발전과 문명의 발전의 경계를 분명히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산업발전 그 밑바탕에는 ‘누군가의 창의력과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지적재산권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재산권이 정당하게 보호되지 않았다면 지금 21세기의 산업발전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가치가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지적재산권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디지털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산업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디지털기기나 매체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 현재 가장 보호가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문화산업 부문에서의 지적재산권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 이전의 문화산업은 문화산업군 그 자체에서 제한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면 21세기 이후의 디지털산업시대에서 문화산업은 정보통신 및 여타 디지털 하드웨어 산업군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활용 또한 매우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영화의 예를 들면 과거에는 제작 후 극장개봉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케이블방송 정도가 영화 1편의 사업 사이클이었다면 디지털산업시대에는 그 사이클의 범위와 타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수십배에 달하고 있다. 극장 및 DVD, 케이블 외에도 VOD, 위성방송, 모바일, 게임, DMB 등 신규 디지털산업군에 활용됨과 동시에 홈시어터, PDP 등 디지털기기의 구입 수요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한류열풍에서 볼 수 있듯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는 그 나라, 그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쟁력 확대가 국가 브랜드 경쟁력 확대로 직결되어 직접 관련이 없는 제품의 수출증가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 보호는 단순히 그 지적재산권자의 이익만을 지켜준다는 차원을 넘어서 국가경쟁력과 여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지적재산권의 보호에는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음악, 게임 등 우리 문화상품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 같은 여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체적 역량 확보가 중요하며 때문에 지적재산권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국내 지적재산권은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일반인의 인식 면에서나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인터넷의 편리성과 정보공유에 익숙한 10∼20대 층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낮다. 한국영상산업협회의 조사 결과 불법영상물을 다운로드해 봤다는 비율이 80% 이상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불법인 줄 몰랐다는 비율이 70%를 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지적재산권의 안전한 보호 없이는 디지털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도 현재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해 그 부작용으로 디지털 관련산업의 성장이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다각적인 법률·정책강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는 법률이나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하며 일반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면 홍보와 계몽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철저한 단속 때문에 불법복제를 중단한다기보다는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인식이 일반인에게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삼 한국영상산업협회장(스펙트럼디브이디 대표) brent-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