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PC업체 현주컴퓨터가 결국 부도를 냈다. 지난 23일 어음 24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뒤 최종 시한인 25일까지도 이를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때 국내 PC시장 점유율 ‘3위’라는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현주의 부도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물론 부도 자체가 ‘퇴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제 막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현주 입장에서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주컴퓨터는 여러 면에서 아쉬운 기업이다. 현주는 PC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준 몇 안 되는 업체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대박 신화’의 대열까지 올랐으며 치열한 PC시장에서도 유수의 글로벌 업체를 제치고 시장 주도 업체로 명성을 쌓았다. 98년 4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99년 1265억원, 2000년 3325억원까지 뛰었다. 2001년에는 코스닥에 입성하며 벤처 신화를 이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2002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도 불구하고 현주는 코스닥 공모 자금으로 사옥을 새로 짓고 TV광고를 포함해 연간 수백억원의 마케팅 자금을 쏟아 부었다. 마지 못해 ‘막차’를 탄 노트북PC 사업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지금의 강웅철 사장이 결국 현주를 인수하면서 회생하는 듯했지만 결국 부도라는 선고를 받았다.
현주컴퓨터의 이런 발자취는 바로 국내 벤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데뷔는 화려했지만 종국에는 소리 소문 없이 잊혀 가는 대다수 벤처의 모양새가 꼭 현주와 닮은 꼴이다. 현주는 한 마디로 변화에 둔감했다. 일각에서는 부도 원인을 PC시장 침체에서도 찾지만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연이은 자충수가 지금의 현주를 만든 것이다.
흔히 기업은 경기·시장·경쟁 구도 등 외부 요인을 대표적인 사업의 변수로 꼽는다.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기업의 흥망은 내부에서 판가름난다. 이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다. 잘 나갈 때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골몰해야 하며, 어렵더라도 필요하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항상 판단의 중심은 기업 자신이다. 한때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최고봉까지 올랐던 현주가 부도에 달한 것도 결국 이런 내부 변화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둔감한 기업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반면교사는 현주컴퓨터만으로 족하다. 컴퓨터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