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애플(Kill Apple)’ 전략에 맹공을 가하던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MP3P) 사업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일본의 대형 연휴기간인 골든위크(golden week)를 겨냥해 온라인 쇼핑몰 전용 모델인 ‘YP-C1’에 대한 프로모션을 계획했다가 업계 반발로 돌연 취소한 것.
국내에서는 19만9000원(512MB), 25만9000원(1GB)에 판매되는 제품을 일본에서는 8900엔, 1만2800엔에 판매할 예정이었으니 국내 동종 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 반발이 컸던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계획했던 제품은 FM라디오와 SRS WOW 기능을 없앤 슬림형 제품으로, 국내에서 시판중인 모델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초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애플이 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세계 MP3P 시장을 잠식하려는 데 대해 삼성 외에는 누구도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반대편에 있는 중소 MP3P 회사들은 “이런 추세라면 정말 못해 먹을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공식석상에서 오는 2007년까지 MP3P 글로벌 톱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MP3P 업계에는 ‘삼성 주의보’가 내려졌다. 디스플레이 액정도 없고 MP3P의 기본 사양만 제공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의 저가 전략은 고급 사양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주력 수출 품목이라는 점에서 훨씬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동일한 가격대에 제품을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MP3P 업계 모두 각자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품질과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 할 대기업이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나, 대기업이나 외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국내 업체들이나 시시비비를 논하는 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MP3P의 종주국으로서 ‘메이드인 코리아’의 자부심을 세울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아닐까.
디지털산업부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