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인 일본인 유미 나카바야시씨는 어느날 현금카드를 잃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잃어버린 현금카드로 누군가가 180만엔을 인출한 것을 깨달았다. 거래 은행인 미즈호 은행은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손해는 고스란히 고객인 나카바야시씨가 떠안게 됐다.
최근 급증하는 사기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온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보안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행연합(JBA)에 따르면 2004년 ATM 기기에서 현금 카드 위조를 통해 발생한 손실액은 7월부터 9월까지 총 2억7300만엔(260만달러)에 달했다. 2003년 2억6000만엔, 2002년 3200만엔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은행들은 이처럼 현금카드를 이용한 범죄가 점차 증가하자 이를 줄이기 위해 IC칩이 내장된 카드와 생체인식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 왔다. 이에 따라 일본의 많은 대형 은행들이 올해안에 노후한 현금카드 대신 칩이 내장된 카드로 대체할 예정이다. 일본 대형 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 은행은 이같은 작업을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다른 대형 은행인 UFJ은행은 중소기업 사용자를 대상으로 IC칩 카드를 도입했다. UFJ은행 관계자는 “IC카드는 보안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방법”이라며 카드 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기관들이 보안에 신경쓰는 이유 중 하나는 보안에 대한 규정이 점점 강화되는 것도 한몫 했다. 일본금융감독청(FSA)은 지난 2월 은행들에 생체인식 시스템과 칩 기반 스마트 카드 사용을 촉구하고 금융기관 보안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IT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작업도 진행했다.
보안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은행들은 정맥인식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시스템은 ATM에 센서를 장착해 손바닥의 정맥을 인식함으로써 개인의 신원을 증명하게 된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개인의 정보와 정맥의 패턴이 일치하면 인증 작업은 끝이 난다.
IT기업인 후지쓰가 이같은 시스템을 개발·공급 중인데,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일본의 4개 지역 은행이 이 회사의 시스템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후지쯔가 밝혔다.
일본 3위 소매은행인 도쿄-미쓰비시 은행은 지난 10월 267개 은행 지점 ATM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발급 시스템을 선보였다. 3000개 ATM 기기 가운데 1400여개가 오는 9월말까지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또 미즈호와 스미토모 미쓰이 등도 내년 4월부터 정맥 인식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후지쯔 외에 더욱 강한 보안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업체들도 이같은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키전기산업은 오는 7월 지문 또는 손바닥 정맥 센서가 내장된 ATM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키는 2003년 전체 은행 ATM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한 1위 기업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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