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의 SK텔레텍 인수를 계기로 다시 한번 ‘선택과 집중’이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업계 1위를 선언한 SK텔레콤은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빅뱅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어떤 식으로든 국내외 휴대폰 업계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되면서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국내 휴대폰 시장을 중심으로 SK텔레텍 매각에 따른 변화와 앞으로 시장 추이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휴대폰시장은 이른바 ‘끗발’이 좋았다. 텔슨전자·세원텔레콤·벨웨이브 등 대표적인 중견 휴대폰업체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면서 휴대폰 코리아의 위상은 상종가를 쳤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이제 휴대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업체로 전락했다. 일부 업체는 청산작업을 진행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휴대폰시장 정상을 위해 거침 없이 전진중이다. LG전자도 지난 1분기 글로벌 휴대폰시장 4위권에 올랐다. 팬택계열도 조만간 글로벌 기업 다섯손가락 안에 들겠다는게 목표다.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휴대폰 빅3의 행진이 글로벌 정상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SK텔레텍의 매각은 국내외 휴대폰시장에 빅뱅을 예고했다. SK텔레텍은 종업원 700여명, 매출 6000억∼7000억원 가량의 중견 휴대폰기업이다. 모기업인 SK텔레텍의 뒷배경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상당한 규모를 갖춘 기업이다. 디자인과 소싱 능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는 받는 기업이다. 오는 2007년께 글로벌 톱10에 들겠다던 업체이기도 하다. SK텔레텍 매각의 정확한 배경이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SK텔레콤이 휴대폰사업 포기하는 상황으로 읽혀지는게 대세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텔레콤이 지배적인 통신사업자인데다 SK텔레텍과 팬택계열의 향후 관계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업계는 이른바 콜옵션과 비슷한 얘기들이 나올 정도다. 어쨌든 SK텔레콤과 팬택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 거래하는 것이란 점에서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실제로 SK텔레텍의 연간 내수 판매량 110만∼120만대를 감안하면 내수시장 2위 LG전자와 3위 팬택계열의 싸움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해 LG전자는 내수시장 점유율서 20∼25%, 팬택계열은 17∼22%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LG전자가 2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팬택앤큐리텔·SK텔레텍 두 회사가 연합하면 수치상으론 LG전자를 제친 상황이다. 따라서 2분기부터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LG전자의 공세가 예상되는데다 삼성전자도 보고만 있을리 만무하다.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두 회사는 M&A가 발표된 이날 SK텔레콤이 팬택계열 제품의 공급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SK텔레콤은 일단 팬택계열이라고 해서 특혜가 있을 수 없고, 타 기업보다 더 많은 수의 단말기를 공급받을 의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당장 이렇다 할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팬택계열이 밝힌 것처럼 앞으로 윈-윈 전략 하에 들어갈 공급량을 감안하면 예상외의 상황이 가능하다게 주변의 평가다. 그럴 경우 2위는 물론 내수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강력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외시장서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지멘스가 이미 휴대폰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고 도시바는 중국 휴대폰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노키아 역시 테트라 사업부문을 매각키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과 함께 순위경쟁 또한 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LG전자가 글로벌 4위에 오른데다 지멘스·소닉에릭슨의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여기에 팬택계열의 등장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바야흐로 선택과 집중, 규모의 경제 등 거창한 화두들이 휴대폰 업계에 던져졌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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