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환경 부품 생산 박차를

 우리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 대형 IT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보다 강화된 유해물질 제거 혹은 감축 계획안을 국내 부품업체들에 요구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같은 요구는 EU의 RoHS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는 것이다. 국내 부품업체들로서는 큰 부담이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노키아는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RoHS에 규정된 6대 유해물질 외에 PVC, 기타 난연재 등에 대한 성분 분석 자료와 향후 감축 계획을 오는 12월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노키아의 경우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로부터 구매하는 부품 규모만 해도 반도체, LCD, 전지 등 총 7조원에 이르고 있어 해당 부품업체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전업체인 마쓰시타 역시 최근 PVC에 대한 성분 분석 자료와 감축 계획을 제출할 것을 국내 부품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시타도 국내 업체로부터 수조원대를 구매하고 있어 거래관계를 유지하려면 규정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세계 노트북PC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컴팔도 최근 PVC와 기타 난연재에 대한 규제 지침을 국내 부품업체에 통보한 상태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업체들은 나름대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법이 쉽지 않아 고심중이라고 한다. 다행인 점은 삼성SDI가 최근 6대 유해물질을 제거해 RoHS 규정을 만족시켰다니 다른 업체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거래처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해당 부품은 물론이고 2차 부품·소재 성분을 일일이 분석한 후 효율적인 대체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친환경을 추구하고 유해물질을 줄이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완제품이건 부품이건 청정제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EU의 RoHS 규정이 발효되기도 전에 대형 IT 기업들이 강화된 유해물질 규제 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시장유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U 차원에서 2007년 말께 RoHS 클래스 1보다 까다로운 클래스 2의 규제 정책을 발효할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EU는 내년 7월 납(Pb), 수은(Hg), 카드뮴(Cd), 6가 크로뮴, 브로민계 난연재 물질 2종(PBB 및 PBDE) 등 총 6종의 물질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RoHS 클래스 1을 발효시킨다는 방침이다.

 RoHS 클래스 2에는 6대 유해물질 외에 PVC가 포함돼 있으며, 클래스 3은 총 29개의 물질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추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대형 IT 기업들과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품 국산화도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다고 본다.

 친환경 청정부품 생산은 고객사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실현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생산공정 분석과 소재의 대체, 기술 개발 등에 힘써야 한다. 비록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이 이번 기회에 청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세계 부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로 이 난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부품·소재업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핵심 고부가가치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 규모가 품목별로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니 이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