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TV용 고화질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차단하기 위해 오는 7월 전면 도입키로 했던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복제방지장치)’가 법원의 재심판결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미국 콜롬비아 순회 항소법원은 “FCC가 오는 7월 1일부터 판매되는 디지털TV와 가전제품에 ‘브로드캐스트 플래그’의 도입을 의무화할 계획이지만 심리 결과 FCC가 이같은 규제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FCC가 지난 34년 제정된 연방통신법을 최근 보급되고 있는 디지털TV나 비디오 녹화장치에 확대 적용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권한을 갖고 있다는 FCC의 주장이 아주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는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TV방송의 전송조차 제한할 개연성이 있다며 지난 2월 FCC를 제소했던 전미도서관협회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수용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가전협회(CEA)의 개리 샤피로 회장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지지하며 “공은 이제 미국 의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비자 단체인 ‘공공의 이익’의 아트 브로스키 대변인도 “이번 판결은 소비자들에게 좀더 광범위한 기술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이미 18개월 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해왔던 가전업계는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또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시행을 강력 추진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이번 판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영화협회(MPAA)와 방송협회(NAB)는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역방송사를 통한 우수 TV프로그램의 전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댄 글릭맨 MPAA 회장은 “만약 브로드캐스트 플래그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 제공자들은 케이블이나 위성TV처럼 프로그램에 대한 수익성이 확실하게 보장된 제한적인 방송국에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