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학기술 경쟁력 `도마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일 대학 교원1인당 논문수

지난 1996년 일본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9년간 무려 40조엔(약 40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계획이 과연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향상시켰는지 여부를 놓고 정부와 학계 및 산업계가 상반된 평가를 내리면서 그동안 선진 과학기술국 임을 자부해온 일본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과학기술 분야 민간 단체인 일본학술회의가 ‘일본의 과학기술 효율성은 서구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신랄한 비판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반발한 문부과학성 과학기술정책연구소는 ‘최강국인 미국과의 차이가 축소됐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연구비와 연구자 수 등 자원 투입, 논문 인용 회수 및 특허 출원수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미국은 일본보다 2배 가까운 자원으로 4배의 성과를 냈으며 유럽 각국들은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원으로 약 80%의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부과학성이 대학 논문의 생산성이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예산은 증가했지만 대학의 연구 효율은 향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시각을 정면 반박했다.

이에 반해 문부성은 일본 대학의 자연과학계 논문 수가 지난 2003년에 교원 1인당 0.46으로 2001년 0.49를 보인 미국과의 차이가 크게 줄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자국보다 적은 예산으로 논문 인용 빈도수가 크게 늘어난 독일, 한국 등에 대해서도 “독일은 통일로 질적 향상이 가능했고 한국은 아직 과학기술 도상국이어서 신장율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폄하했다.

문제점에 대해서도 민·관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학술회의 측은 ▲매년 남은 예산을 다음 연도로 이관시키지 않고 있는 점 ▲연구를 지원하는 기술자의 감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반면 문부성은 논문의 생산성 및 인용 건수 등 정량적인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은 ‘빅 사이언스’의 평가가 틀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오시바 마사아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논문 수나 인용 건수에서 세계적 연구자라는 명성에 비해 적었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과학기술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것으로 양쪽 모두 ‘환경 정비’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문부성이 “향후 조교수 이하 젊은 인재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고 학술회의 측은 ▲대학원 교육의 질적 향상 ▲논문을 보다 많이 내는 환경 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